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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태풍 그 뒤

 

 

모이면 콘파스 태풍 이야기다.  복구를 위한 견적은 집집마다 천차만별. 수백에서

수천 만원에 이른다.  자재와 인력이 없어 기다리는 세월이 더 답답하단다.

이슥한 저녁에 마을 마당에 모여 모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름을 달랜다. 찬바람

나니 모캣물을 피워놓고 나누던 여름밤 정담도 이젠 마무리할 때가 되어간다.  

모처럼 쑤어간 단호박 죽 칭찬을 받았다.

 

 

 

내포 사람들은 태안이야말로 태풍 무풍지대라고들 늘 자신있게 말해왔다.

"허허, 이런 적이 없슈. 창고 문짝이 널러갔는디 흔적이 없슈." 

서해안을 따라  올라온 콘파스는 새벽 세시에서 다섯시까지 태안반도를 강타했다.

"1981년도 일거유. 그때 전봇대가 뽑혔슈."

삼십년 전 기억을 겨우 더듬을 정도다.  이번 콘파스 태풍은 소형이었다.  

"부실공사 다 들통 났슈. 요번 바람에 견뎠으먼 괜찮아유 이젠."

 

 

 

 

 

 

 

 

   

종일 전기는 끊기고, 인삼포 장막은 거덜났고, 비닐 하우스는 하나같이 내려앉았다.

쓰러진 소나무가 길을 막고, 지붕은 하늘이 뚫렸다. 

마을 당산의 3백년 된 보호수 팽나무는 쓰러졌고, 마을 어귀 아름드리 오동나무도

넘어졌다.  옆에 있는 집을 덮치지않은 것만으로 다행이라며 동네 마당에 둘러앉아

놀란 가슴을 새삼 쓸어내린다. 

 

 

 

 

우리집은 매실 나무가 몇그루 뿌러지고 감나무가 쓰러졌다.  봉지에 쌓인 배의 절반은

떨어지고,  익어가던 사과는 거의 다 떨어졌다, 올해 기대를 잔뜩 걸었던 대추는 가지에

붙은 게 없다. 덕분에 낙과 주워먹는 재미가 생겼으나 기분이야 허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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