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놈이 온 뒤로 첫 일과는 예외없이 개똥 치우는 일이다.
대문이 없는지라 들집승들이 마당에 더러 실례를 하고 간다. 사실 그것 치우는 게
마뜩치않았다.
그런데 이 놈 건 좀 다르다. 한 지붕 아래 산다는 차이다. 일상사이거니 생각하니 더욱
그렇다. 삽과 꼬챙이면 간단히 처리할 수가 있다. 거름도 된다.
아파트에 살던 놈이라 우주식이다. 태안에서는 장만을 할 수가 없다.
며칠 전엔 서산 롯데마트에 나가서 식사거리를 사왔다. 포장이 요란한 봉지의 내용을
훓어보니 듣도 보지도 못한 최고 영양식이다.
이 녀석이 무슨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아침부터 제 방석과 이부자리를 번갈아 물고
흔들고 쥐어뜯네. 그러다 목침 베고 잠이 들었네.
이 녀석도 봄은 봄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