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줏대

(4)
지줏대 세우다
폭풍우에 넘어진 해바라기...세우다 잠결에 창으로 비껴 들어오는 달빛이 대낮같이 밝았다. 어제 늦게까지 하루종일 그토록 난리를 쳤던 비바람을 생각하면 보름달이 얄밉다. ------------- 그나저나 넘어진 해바라기를 일으켜 세워야 한다. 날이 밝으면 아침에 당장 해야할 일이다. 향일성이라 놔두면 곧장 허리가 꾸부러져 해바라기 농사는 도로아미타불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런 쑥대밭이 없다. 엄두가 나지 않는다. 키가 10척이다. 몇 달만에 이렇게 자랐다. 우리집 해바라기 밭은 두 군데다. 올핸 해바라기를 많이 심었다. 철제 지줏대를 촘촘이 박고 빨래끈을 길게 늘어뜨려 묶은 다음, 넘어진 해바라기를 일일이 바로 세워서 해바라기 허리를 하나하나 단끈으로 붙들어 매는 작업. 뒷치닥거리한다는 게 재미없고 힘든 줄 알겠다. 작업이 끝나자마자 하늘을 ..
요란했던 장맛비 첫 장맛비 치곤 요란했다. 호우에 비바람까지 동반했다. 예고가 있었던터라 단도리를 한답시고 했으나 넘어져 쓰러지는 건 쓰러지고 뿌러지는 건 뿌러졌다. 캐두고서 미처 거두어 들이지 못했던 감자가 밭에 그대로 있었다. 하얀 감자가 하룻밤 비바람에 씻기고나니 더 뽀예졌다. 그 새 알토마토와 대추 토마토가 발갛게 익어간다. 덜익은 파프리카가 제 무게를 못이겨 몇 알 굴러 떨어졌다. 떨어지는 녀석이 있어야 익어가는 놈도 있다. 첫 장맛비에 뒷북. 아무런 일이 없었 것처럼 지줏대를 다시 세우고 묶어주었다. 햇살을 받아 지열이 올라온다. 땀 난다. 바야흐로 곧 삼복이다.
부부가 함께 한다는 것 토마토, 미인고추, 오이, 파프리카가 모종 티를 벗어나 줄기를 뻗기 시작했다. 지줏대를 세워주고 단끈으로 묶어주어야 한다. 夫唱婦隨라 했던가. 고랑에 잡초 김매기는 저절로 집사람 몫이 되었다. 텃밭이 있기에 같이 밭일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