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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하신다구요?

귀촌일기- 이화산과 왜구, 게꾹지...(3-3)






역사가 문화를 일구고 문화가 역사를 다듬는다.

음식문화의 배경에는 역사가 있다.


태안의 음식문화는?


나더러 향토미가 물씬나는,

태안을 대표하는 음식을 들라면

박속 밀국낙지, 우럭젓국, 게꾹지가 있다.


우리 동네 어느집 할 것 없이

투가리 된장찌개 만들 듯 뚝딱 끓여내는 것이

게꾹지다.







고려나 조선조 시대

관군 장졸들은 무얼 먹었을 가.


요샛말로 하자면

'군대서 장병들이 먹는 음식 메뉴는 뭘 가.'

하는 말이다.


음식문화 발달사에 판무식꾼이긴 하나  

궁중요리가 어쩌고 귀동냥으로 흘러가는 이야기로

그나마 들은 바가 있으나 ,군대 음식은

읽은 바 본 바가 없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나오는 기록을 보면,

"고려 공민왕 22년(1373)에 왜구의 침임으로,

태안군수는 2, 3명의 관원을 대동하고 이웃 서산군에

더부살이를 하고 있었는데, 10년 뒤 1383년에는

다시 예산군으로 옮겨갔다." 




왜구들의 노략질에 못이겨 양민들을

내륙의 안전지대인 내포지방으로 대피시키고

관군들과 일부 천민들 만 거주했던 이곳,

태안 해안에 먹거리는 무엇이었을까.


농사다운 농사에 곱삶이 푸성귀라도

제대로 가꿔 먹었을 가.



꽃게, 박하지(민꽃게), 물긔(참게), 세발이(길게), 꺽젱이(방게),

똘젱이(무늬발게), 황발이(농게), 능젱이(칠게) 등... 

이곳 태안에 서식하는 여러 종류의 게 중에서

가장 흔하고 볼품 없는게 능젱이다.


4, 5월이면 짝짓기를 하는데 개펄에 나가

밤중에 불빛을 비추면 모여들어 빗자루로 쓸어담기만 하면

다람치에 금방 가득이다.


소금에 절이기만 하면 능젱이 젓갈이 되고 

허드레 배추에 곰삭은 젓국을  넣어 끓이면

게꾹지라는 찌개가 된다.


양민이 소개된 땅에 살아가던 기층민이나

관군들이 먹을 수 밖에 없었다.


눈물어린 '게꾹지'가 탄생한

배경이다.







태안읍내는

'게꾹지 전문'이라는 광고판이 붙은

식관 음식점들이 많다.

큰 냄비에 담겨나오는 모양새가 하나같이

울긋불긋 화려한 관광지 꽃게탕이지

서민풍의 게꾹지가 아니다.


서산 시내 뒷골목에 진국집이라는

'게꾹지 밥상' 단일 메뉴 전문음식점이 있는데

벌겋게 걸쳐있는 꽃게 다리 하나가

눈에 거슬리기는 하나 그래도

그나마 나은 편이다.



수세기에 걸친 왜구의 노략질과 분탕질을

끈질기게 막아낸 고난의 역사를 배경으로

훌륭한 스토리 텔링이 되는 음식문화 유산이,

오늘날에 와서 전혀 엉뚱하게 변질된

게꾹지 아닌 게꾹지를 아무렇게나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게꾹지 족보가 아깝다.


향토음식이란,

역사를 먹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