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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귀촌일기- kt 사장은 현장 사원에게서 배워라






인터넷 때문에 그동안 나는 억수로 kt에 불만이 많았다.


평소 속도는 그렇다 치고 해마다 두세 번은 꼭

꾸준히 나를 열나게 만드는 게 

kt다.


재빨리 오면 또 모를 가, 전화통에다 대고 하는 ARS 신고부터 

사람과 기계음의 대화가 얼마나 짜증나는 지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지난 주 만 하더라도 인터넷이 또 말썽을 부렸다.

주말에는 A/S 신청도 받아주지 않아 직원이 출근하는 

월요일 9시를 달마대사의 인내심으로 

꼼짝없이 기다려야 했다.


A/S 접수는 근무시간 하고 관계없이 받아주면 

그나마 '분'이 덜 쌓일텐데... 무슨 관청도 아니고.

관청도 이런 관청이 없다. 








월요일 아침에 읍내 나간 김에 kt로 달려갔다.

찾아갔다고 A/S 신청 접수가 되는 게 아니라 반드시 

ARS 전화통으로 해야하는 시스템에 

또 한번 놀랐다.


kt 창구 앞 의자에 앉아 정해진 kt의 절차를 간신히 밟은 끝에 

들려온 목소리는 '앞서 신청된 분이 많아 모레' 

방문을 하겠단다.


오늘도 아니고,

내일도 아니고,

모레.


'모레 오든 한달 후 오든 kt가 알아서 하라'는 

목소리를 전화통에다 날리고 

발걸음을 집으로 돌렸다.








뜻밖에 그날 오후, 

A/S 현장 기사가 늦게 찾아왔다.


계기를 갖다대고서 이런저런 작업 끝에 

10분도 안돼 완료, 개통

 

'인터넷이 광케이블이면 빠를텐데 전화선이라서...

여긴 광케이블이 안깔린 곳이라...'


kt A/S 기사의 말이었다.


나는 당연히 광케이블인 줄 알고 있었다.

언제적 광케이블이냐 

내가 아는 역사만 해도 40년이 넘었다.


앞으로도 문제가 생기면 전화를 해 달라며 

명함을 주고 돌아갔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5분도 채 안되어 방금 돌아간 기사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돌아가면서 보니 동네에 광케이블이 들어와 있습니다.

이번 토요일 다시 방문해서 끌어다 시공을 하겠습니다.'


그 복잡한 A/S 신청 절차도 없이 생각지도 않게...

광케이블 선로 공사를 제대로 해준다고?

되레 내가 황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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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만에 오늘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토요일까지 기다릴 것 없이 오늘 오후에  

공사를 해드리겠습니다.'








바닷바람 마저 불어 이 추운 날.


두 사람의 직원에 달려와서는  

마을 버스 종점에서 광케이블 선을 끌어와 

공사를 마치는 데는 

딱 한 시간.


인터넷 화끈.

올레 서비스 기능까지 덤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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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무엇보다도 신기하고 놀라운 건 

말단 현장 사원의 재바른 판단.


억수로 많았던 kt에 대한 불만이 

현장 사원 때문에 녹았다.


뜨거운 마음으로 따끈하게

커피 한 잔을 대접했다.







나의 의문은

광케이블이 마을에 진즉 들어왔으면 kt가 알아서 

단말 공사를 미리 안해주는지?

약을 올릴대로 올리고.


고객관리란 무엇인 가.

뒷북 치는 A/S가 아니라 선행하는 고객 만족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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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사장 님은 똑똑한 현장 사원 덕분에

먹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