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 지난지 언젠데 올라올 줄 모르는 수은주가 오늘따라 더 얄밉다.
여느 한겨울에도 영하 10도 아래론 좀체로 내려가지않는데
이번 겨울은 어찌된 영문인지 툭하면 영하 15도였다.
가로림만 해풍에 소상남반이라고 은근히 자랑했던 여기도 별수 없이 동토의 땅이었다.
마당 가운데 있는 물 버지기가 깨졌다.
겨우내 눈으로 덮혀있어 몰랐는데 오늘에야 발견했다.
갈라지고 삐뚤어져 못생겨도 웃돈 주고 일찌감치 멀리서 힘들여 구해온 것이다.
겨울을 몇 번이나 지나도록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지난 겨울은 버티지 못했다.
미리 물을 빼둘 걸 그랬다.
나는 우리집 양어장이라 불렀다.
지난 늦가을까지 무성한 개구리밥풀 밑에는 논에서 잡아온 미꾸라지가 있었고 올챙이도 자랐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미적거리다 이렇게 겨울을 나고 말았다.
깨졌다고 치워야하나 아깝다고 그냥 두어야 하나.
저녁 가로등 불빛 아래서 잠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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