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는 내가 국민학교 입학하는 날 무궁화 한 그루를 심었다.
경남 진주 고향 시골집 앞마당에서 잘 자랐다.
비리(진딧물)가 많아 어린 눈에 지저분하게 보이긴 했으나
무궁화는 열심히 꽃을 피웠다.
그 뒤 다른 집으로 이사를 하며 장독간 옆에 옮겨 심었는데
가족 모두가 서울로 올라올 때 그 무궁화를 가져오지 못해 아쉬웠었다.
수돗간 옆에는 앵두나무가 두 그루 있는데 하나는 외손녀가,
하나는 질녀의 큰 녀석이 처음 여기에 왔을 때 기념으로 각각 심은 것이다.
앵두가 꽤 많이 열려 앵두주를 해마다 담글 정도로 자랐다.
이 놈들이 앵두 철에 올때면 고사리 손으로 나무 심을 때 기억이야 있든 없든
빨간 앵두를 따먹으며 즐거워 한다.
아랫밭으로 내려가는 계단 옆엔 또 다른 녀석의 기념 식수인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돌박이가 되어가는 손자 진우가 내려왔다.
마침 나무 심는 계절이라 기념식수로 밤나무 두 그루를 심었다.
태안읍내 나무시장에 가서 구해왔다.
손가락 하나 굵기의 묘목이 점점 자라나 알밤을 따는 날
오늘이 추억이 되고 향수로 남을 것이다.
내가 할아버지의 무궁화를 지금 생각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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