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이 가시지않았는데 4월이다. 역시 계절은 계절이라 햇살이 퍼지는 한나절이면 껴입었던 옷도 하나씩 벗어던진다.
오늘로 퇴비 날라다 붓는 일은 완료다. 고추,가지,오이,마디호박,겨자채,셀러리,치커리,토마토 모종은 읍내 모종시장이 서면 가져와 곧장 심을 수 있다.
내가 직접 부은 옥수수,박,호박 모는 비닐하우스 안 모종판에서 곧 새싹을 틔울 것이다.
잡초도 막을 겸 이랑에 거름을 채우고 미리 멀칭을 해두어야 한다.
퇴비장에서 거름 나르는 일은 올해도 이 낡은 바케쓰의 공로가 혁혁했다.
기억이 확실치않을 정도로 수십 년이 된 이 알미늄 바케쓰는 서울에서 일찌감치 따라내려왔다.
손잡이는 달아난 지 오래다. 밑바닥은 구멍이 나서 물은 담을 수 없다. 노란 칠은 바래지고 적당히 찌그러졌다.
더러 무,배추 젖은 쓰레기를 나르는 데 동원되기도 하나 거의 거름 전용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첫째 가볍다. 크기가 안성맞춤이다. 무엇보다 수더분한 모양새가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가끔 삐꺽거리는 소리도 싫지않다.
'딱이다,딱이다,딱이다'를 호들갑스럽게 외치는 어느 약광고가 떠오른다. 정말 딱이다.
저 비닐멀칭한 감자 이랑에는 이 바케쓰가 담아나른 퇴비가 알차게 들어있다.
천생연분, 적재적소라는 말들을 떠올리며 이 바케쓰를 다시 한번 쳐다본다.
귀촌의 동반자로서 농사의 성패를 가름하는 역할을 앞으로도 묵묵히 다해줄 것임을 나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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