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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이'의 추억(2)

 

흐르는 세월에 전쟁도 향수로 남는가. 

'출근 전쟁'을 떠올리며 오늘 추억 여행을 갔다.  태안 터미널에서 신진도까지

태안여객 버스로 왕복이다.

채석포와  연포를 둘러 안흥을 거쳐 신진대교를 지나 신진도 저 끄트머리가

종점이자 반환점이었다.

 

 

9시 50분 버스가 10시가 넘어 출발했다.

"병 고치느라..." 

버스 정비로 인한 지체라는 상황 설명이 출발 전에 두어 번 있었다.  보라색

투피스 제복을 입은 걸로 보아 오라이의 주인공이 분명했다.

 

 

 

 

출발할 때 자리를 잡아 앉았으나 두 정거장을 못가 일어났다.  중간에 허리

꼬부라진 할머니들이 줄줄이 타는 바람에 일찌감치 자리 고수를 포기했다.

 

"손잡이 잡으세요."

"차가 서면 일어나세요. 그대로 앉아 계세요."

"어, 누가 놓고 내렸네. 두야리 그 아줌마 거네."

"요담에 줘요. 잔돈이 없네요."

 

 

 

 

 

농어촌 버스 안내양 1호.  정 화숙씨.  2006년 2월부터 근무했는냐고 묻자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차장의 부활'이 그날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태안군의 보조를 받아 운영

되고 최근 한 명을 더 늘어 세 명이 근무한다는 것도 미리 공부를 하고 갔다. 

간혹 애들한테 전화를 하는 걸로 보아 40대의 주부는 확실하다.

 

 

 

 

짐을 들어올려주고 붙잡아주는 친절 봉사와 안전 강조가 몸에 베였다.

 

"짐을 좀 묶어서 오세요."

차장의 적당한 훈계에 승객들이 미안해 한다. 

대부분이 노인들이었다.  스스럼없이 안부도 묻기도 한다.  조그만 손지갑을

건네주자 장비에 갖다대서 차비를 긁어주었다.  

잠시 한가해지자 일일이 차비를 받았다. 마침 잔돈이 없는데다 요금을 잘

몰랐기에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도중에 뒷 타이어가 '빵꾸'가 났다. 운전기사가 잠시 내려가보더니 그냥간다. 

갈 때는 40분, 올 때는 빵꾸때문에 한 시간이 걸렸다.

 

"물 한잔 드세요. 매실차예요."

왕복 차비 4,400원을 내는 사람은 나 혼자였으므로 신진도 종점에서 물 한

잔을 대접받았다.

 

미리 연락이 닿았는지 돌아올 때 두야리 정류장에서 놓고내린 핸드백을

창 너머로 전해주었다.

차비 외상에다 누구 손가방인 지도 알아보는 버스 차장은 영락없이 태안의

한 솥밥 식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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