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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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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릿발 마당이 온통 하얗다. 도랑사구에 받아 둔 물이 제법 두텁게 얼었다. 그래도 칼서리가 내린 날은 따뜻하다. 오늘 하루는 푸근한 날. 내일 비가 내린다니 비가 오면 추워진다.
겨울 당근의 봄맞이 늘 푸르던 시눗대가 겨울 한파에 얼어서 말랐다. 겨울의 끝인가 했더니 봄은 거저 오지않는다. 꽃샘치곤 심통 변덕이 심하다. 입춘 널뛰기다. 어젠 눈보라, 오늘 아침엔 칼서리가 내렸다. 채마밭에 겨울 당근. 뿌리가 빨갛다. 새봄에 어떤 모습으로 되살아날까? 삼동을 견뎌 지금까지 왔다.
미인고추의 뒷모습 오늘따라 모처럼 풀어진 날씨. 반갑기가 봄날 같다. 한겨울의 초입을 지나는 길목은 언제나 으스스하고 을씨년스러워 한층 추위를 타기 마련. 채마밭에 내려가 마른 가짓대와 고춧대를 뽑았다. 긴 장마 몇차례 태풍에도 두 포기 가지, 예닐곱 포기의 미인고추가 버티고 남아 올 한해 식탁이 즐거웠다. 한껏 붉은 태깔과 굵기도 그러려니와 매운 맛이 지나치지 않아 미인고추에 빠졌다. 잔서리 뭇서리가 내려도 아랑곳 않고 꿋꿋하게 가지와 고추는 본분을 다해 주었다. 마른 고춧대 가짓대를 뽑아내며 아름다운 퇴장을 보았다.
귀촌일기- 우리집 홍매화 역시 봄은 봄이다. 한낮이면 햇살이 좋다. 그러너 아직 새벽녘 된서리는 무섭다. 칼서리를 머리에 인 홍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