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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의 팡세

연세대학교, 교수와 학생


연세대학교 '류석춘 교수 사건'은 학문의 전당인 대학에서 교수와 학생 간에 일어난 일로서 대학 바깥의 힘이 침범해서는 안되는 학문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안타깝다. 우리사회가 왜 이렇게 되었는가. 종군 위안부가 어떻고 하는 문제를 떠나 제자인 학생이 스승인 교수를 고발하는 오늘날의 시류가 더더욱 나를 어지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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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당시 나는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학생이었다. '도시행정학'을 전공했는데 우리나라 환경분야의 1세대 원로인 권숙표 교수님(1920-2010)으로부터 한 학기동안 '환경공해론' 강의를 들었다. 도시행정에서 대기, 수질, 토양, 소음 등 공해는 중요한 과제였다.


어느날 강의 도중에 권 교수님이 "앞으로 김포쌀은 먹지 마세요." 하는 것이 아닌가. '김포평야의 토양과 수질을 검사하였더니 다량의 중금속이 검출되었다'는 말씀이었다. 한강 수계에 체계적인 오폐수 종말처리장이 없던 시절이라 한강 상류에서부터 생활 폐수는 물론 공업용 폐수의 무단 방류, 축산 폐수 등으로 오염된 물이 그대로 하류로 흘러내려가 김포지방에 축적되어 기준치를 초과한 것이다. 박정희식 경제개발 모델로 급격한 산업화의 부작용이 환경문제로 이전되어 사회적 이슈로 크게 대두되던 민감한 시기였다.


김포 평야에서 생산되는 쌀은 이천쌀과 더불어 경기미의 질 좋은 쌀로 정평이 나있었다. 오염 통계자료는 이후 우리나라 농업 발전에 활용되었겠만 권 교수의 말씀을 학생 중에 누군가가 대외적으로 앞당겨 발설했다면 언론은 물론 첫째 김포지역 농민이 가만히 있지않았을 것이다. 


권 교수는 학자였고 학생은 앞으로 대두되는 환경공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차세대 주역이었다. '앞으로 김포 쌀은 먹지 마세요' 하는 상징적인 한마디는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고고성으로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