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봄비 따라 왔다가
봄바람 타고 가는 가.
수은주가 갑자기 올라 벌써 한여름이 되나 싶더니
바람이 엄청나게 불었다.
읍내 복지관의 한국화 교실에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모종시장에 들렀다.
이맘때면 해마다 재래시장 귀퉁이에
꽤나 큰 모종시장이 선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아니 12년 단골
모종 아지매, 아니 모종 사장님의 푸짐한 형색은
올해도 여전하였다.
"오셨슈!"
늘상 그랬듯 함빡같은 입을 열어 상견례 첫인사는 간단했으나
반갑다는 정의가 흠뻑 들어있다는 걸 나는 안다.
오랜 만에 만남의 체면치레로
처음 모종을 보자마자 사고야 만 여느해완 달리 오늘은
꾹 참고 모종을 사지 않을 참이었다.
요며칠 하두 바람이 쎄 이미 서둘러 심었던 고추모종이
뿌러지고 날아가 결딴이 난 집이 우리 동네에 한두 집이 아닌데다
오늘 아침에 얼핏 일기예보를 들으니 서해상으로
또 비바람이 몰려온단다.
내 얼굴 표정을 간파한 듯,
'좀 더 있따 심어도 된다'면서 듣기 좋은 말로
모종아지매가 되레 더 느긋하다.
충성도 높은 고정 단골 고객이야
언제 팔아도 판다.
눙치고 되치는 모종 아지매의 상술은
<하바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와서 한 수 배워야 한다고
몇 년 전 이미 내가 말 한 바가 있다.
보아하니
모종값이 많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