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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일기

귀촌일기- 농협카드 안받는다는 농협이 농협인가

 

 

 

 

 

 

 

한다한다 하면서 차일피일 늦어지는 일이

또 하나 있었다.

 

배나무에 열린 배.

 

이맘 때 쯤엔 배봉투를 씌워주어야 한다.

 

오전내내 매실을 따다말고 점심 직후에 짬을 내

배 봉투 사러 서산에 있는 농협 농자재 마트에 갔다.

 

태안에 거주하는 사람이 멀리 서산까지 달려간 건,

태안 농협에서는

배봉투를 취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두 묶음 200장을 계산대에 올려놓기에 

당연 농협카드를 내밀었다.

지갑에서 급히 농협카드만 뽑아들고 갔기 때문이기도 했다.

 

 

"카드는 안되는데요."

 

"농협에서 농협카드가 안되다니요?"

 

"현금을 주셔야 합니다."

 

"구멍가게도 카드 받는데 농협이 현금 달라니...이게 무슨 말입니까?"

 

"낱개로는 안됩니다. 열 묶음 한 박스를 사셔야 카드가 됩니다."

 

"도대체 농협의 고객이 누구요. 농민이 한 장이라도 사겠다면 파는 게 농협이지

한 박스가 아니면 안된다는 그런 농협이 세상에 어딨소?  

이 땡볕에 그럼 집에 다시 갔다오란 말이요."

 

"............."

 

내 언성이 높아지자

저만치 회전의자에 묵묵히 앉아있던 넥타이 직원이 슬며시 일어나 다가오더니

창구 직원에게 눈짓을 하며 한마디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드려."

 

"주십시요. 카드."

 

"앞으로도 누구에게나 당연히 이렇게 하세요."

 

나는 농협카드로 배봉투 대금을 치렀다.

 

 

 

 

농협이 농협만의 편의주의.

 

우리 농협이 아직 이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