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이 있으면 더 아름답다.
생각지도 않으면 더 반갑다.
사과꽃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사과나무에 사과 꽃 피는게 대단해서가 아니다.
사과를 먹게됐다는 기쁨도 아니다.
3년 전에 심은 미야마후지 사과나무가 드디어 꽃봉오리를 가졌다.
우리집에 묘목으로 오자마자 콘파스니 볼라벤이니 하는 태풍으로 모진 고생을 했다.
넘어지고 세워주면 또 자빠지고...
하나는 결국 뿌러져 죽었다.
남은 넷 중에 두 나무에서 오늘 꽃봉오리를 보았다.
모과꽃.
마당에 모과나무다.
올해도 다름없이 핀다.
이 모과꽃.
서재 앞의 모과나무 꽃이다.
8년만에 새빨간 입술로 말문을 열었다.
그동안 허우대만 컷지 저으기 실망만 안겼던 모과나무다.
올해 드디어 꽃이 피었다.
한번 말문이 트이면 적막했던 서재 앞 골짜기가 요란할 것이다.
이 모과는 어떻게 생긴 놈일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