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서울의 강남에 있는 어느 여자고등학교를 돌아보다
운동장 한켠에 서있는 비석 하나를 발견했다.
'불교제중원'이라는 표지석이 나로선 의외였다.
돌담길 하면 거의 맨먼저 떠오르는 게 덕수궁 돌담길이다.
돌담길의 시작이면서 대한문 쪽에서 돌아나오면 끝이 되는 곳이
광화문 네거리가 가까운 정동이다.
그곳에 학교가 있었다.
그 학교가 1988년 강남으로 이전하면서 이 표지석이 따라온 것이다.
제중원은 대한제국 말기에 등장해
우리나라 의학계에 큰 영향을 미친 신식 국립의료기관이었다.
광주제중원이 광주기독병원이 되었고 대구제중원이 대구동산병원이 되는 식으로
제중원은 점점 일반명사화되었다.
정동의 그 학교터에 1923년 불교계에서 설립한 불교제중원이 있었던 것이다.
망국의 근세사에서
갖가지 희비가 점철되어있는 곳이 제중원임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또 하나, 나의 관심에 걸맞게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꽤나 큰 장독들이었다.
동문회관 건물 뒤 후미진 곳에 왜 방치해두고 있는지 의문이다.
10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학교에서 이것도 어떤 의미를 간직한 유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