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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일기- 봄비 내린 다음 날

 

 

 

현관문을 열자 귓가를 스치는 새벽 공기가 삽상하다.  밤새 비가 내렸다. 

잠결에 홈통으로 똑 똑 물 떨어지는 소리가 간간이 들린 걸 보면 봄비 치곤 제대로 내린 비다. 그동안 좀 가물었다.

 

수선화에 노란 꽃대가 보인다. 시금치도 하룻 밤사이 달라졌다. 파랗게 생기가 돈다.

매화 가지, 소나무 잎새에 물방울이 대롱대롱 맺혔다.

 

 

 

 

 

감자밭이 궁금해 발이 먼저 그쪽으로 간다.  전날 멀칭을 해두었던 가장자리가 비로 인해 단단하게 고정이 된 걸 단번에 알겠다. 

멀칭이란 잡초를 방지하고  심은 작물의 보온, 습기유지를 위해 비닐을 덮어주는 걸 말한다.

아무리 멀칭을 잘 했다하더라도 한두군데 마파람이 들어가 펄럭거리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사정없이 날아가버린다. 다시 작업을 하는 과정은 처음보다 몇 배나 힘들다. 그래서 멀칭을 한 뒤 비 올 때까지 긴장을 하며 기다린다.  

처음 두어 해는 정말 애를 먹었다. 이젠 감자밭 멀칭이라면 어느 정도 도가 텄다. 날씨마저 도와주다면 금상첨화가 따로없다.

 

보슬비,가랑비,이슬비.  비가 쉬엄쉬엄 오는 계절이다. 그러다 비바람까지 몰아 창대비가 퍼붓기도 한다.  밭 주위에 물 내려가는 똘도 미리 정리를 해두어야 한다.

 

하늘을 줄지어 날아가는 기러기도 바쁘고 나도 바쁘다.  바빠도 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