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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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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가 하는 일 사래가 긴 밭. 비닐 멀칭 이랑을 건너는 건널목을 군데군데 만들었다. 매화가 만발했다. 아직도 남아있는 매실나무 도장지는 애물단지다. 시간나는 대로 잘라주었다. 씨앗 뿌려 작물을 심고 거두는 일 만 농사가 아니다. 농부의 하루...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고 발에 걸리는 모두가 농부의 일이다. 날이 풀리면서 슬슬 바빠진다. 농번기.
숙성은 익어간다는 것 아침에 뜨는 해가 한껏 북으로 밀려왔다. 하지다. 반환점을 돌아 이제부터 동지를 향해 다시 남쪽으로 내려갈 것이다. 하지. 해마다 하지가 되면 또 한 해가 간다는 생각이 든다. 낮이 가장 길다지만 하루가 짧다.
올해 매실 농사 일년 농사 중에 매실 따기는 가장 기다려지는 농삿일 중에 하나다. 첫 추수에 해당한다. 어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 백신 1차 접종을 했었다. 다소 불안한 가운데 하룻밤을 보냈다. 별탈이 없다. 올해 매실. 탁구공만 하다. 지지난해 큰 가지를 많이 잘라냈더니 작년에는 거의 열리지 않았고 올해부터 다시 열기 시작했다. 내년에는 그 옛날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다. 희망이 또한 즐거움이다.
매실 따기 준비...이것부터 오늘은 매실을 따는 날. 올핸 얼마나 딸 수 있을가. 매실나무 가지가 축축 늘어지게 오동통한 매실이 탐스럽다. 그동안 잦은 비에 허리춤까지 웃자란 매실밭에 잡초들. 어제 하루 일찌감치 매실나무 주위의 잡초부터 제거했다.
매실이 익어간다 축대 아래 잡초 풀베기 하느라 밭 안쪽으로는 아직 가보지 못했다. 감자꽃이 피었을라나. 오늘 읍내 다녀올 때 보니 누군가의 감자밭에서 감자꽃이 보이던데...
송화가루 날리는 5월, 매실 매실, 어느새 이렇게 컸나?
봄날은 간다 땀 난다. 웃옷을 벗었다. 매실나무에 걸쳐두었다. 하룻새 어제완 전혀 다른 날씨. 완연한 봄이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봄맞이 7백 평 남짓 땅도 거두기 나름. 해야 할 일이 많다. 서서히 농사철이 돌아오고 있다. 보름쯤 뒤면 감자를 심어야 한다. 팔봉면 대황리 박 이장에게 설날 안부 겸 전화를 걸어 씨감자 '수미' 종 한 상자를 부탁했다. 비가 온다더니 비는 아니오고 오후에 들자 날이 확풀렸기에 밭에 내려가 그동안 시간이 나는대로 쉬엄쉬엄 해온 전정, 매실나무를 다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