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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에 산다는 것 집사람은 아침 이른 고속버스로 서울행. 2박이 될지 3박이 될지, 겸사겸사 몇가지 일이 있나 보다. 그 중에는 여고 동창회원의 날 행사에 참석하는 일정도 있다. 코로나로 중단됐던 행사들이 정권이 바뀌자 봇물처럼 터진다. 어쨌거나 이제야 숨을 쉬는 것 같다. 며칠 째 오늘도 나는 동밭에서 살았다. 안개가 걷히고 햇살이 퍼지자 덥다. 한량들 놀기 좋고 부지런한 사람 일하기 좋은 때다.
어떤 시도...밥상의 예술 '농사는 예술이다'... 평소 내가 생각하는 관점이다. 모든 예술 창작의 원천이 흙에 있고 자연에 있다고 믿는다. 산이 보이고 들이 있는 곳. 봄에 모종을 키워 재배한 토란이 긴 여름을 지나 가을 어느날 토란탕이 되어 식탁에 오르고, 밥솥에서 갓펀 밥 내음이 오늘따라 또 다르다. 고구마 말랭이를 잘라 밥솥 밥에 얹졌더니 고구마밥의 또 다른 맛. 별게 아닌듯 별 것. 맛의 예술. 이렇게도 만들어 먹어보고 저렇게도 해서 먹어보고...
야콘 모종만들기 3일째 하우스로 출근해서 먼저 보온온상의 비닐 덮개를 걷어내면 방울방울 맺혀있던 물방울이 후두둑 떨어지며 흙냄새를 품은 열기가 물씬 다가온다. 상쾌하다. 사흘동안 야콘 모종을 만들었다. 비닐하우스에 앉아 모종 작업을 하노라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무념무상. 첫날 만든 모종은 이..
귀촌일기- 배추전에서 찾은 '흙과 樂' 차라리 대형 꽃이다. 봄동배추. 나물, 겉절이, 배추쌈 끝에 오늘은 배추전. 이 또한 별미. 겨울내내 노지 채소가 질길 것 같아도 더 연하다. 시중에 저장 배추보다 더 고소하다. 사시사철 그래서 채마밭이 좋다. 언제든지 발걸음만 떼면 된다.
귀촌일기- 밭에 일하러 간다(1) 하루종일 카톡으로 100통 가까운 문자가 들어왔다. 10월 9일. 광화문. 나는 시골에 엎드려 앉아 유튜브로 용만 쓴 하루다. - - - - - 흙을 만지면 기분이 좋다. 상쾌하다. 즐겁다. 흙냄새를 아세요? - - - - 오후 느지막한 시간에 오늘도 감자를 캤다. 다들 하지감자라는데 나는 지금도 캔다.
귀촌일기- 흙에 산다는 것 어젠 예초기를 돌려 잡초를 잘랐다. 아직도 덜 캔 감자가 있다. 오늘도 감자를 캤다. 고구마를 캐는 계절에 감자라... 감자는 언제나 감자. 고구마 캐는 시절이라 해서 감자가 고구마로 되는 건 아니다. 해질 무렵에 채마밭에 물 주는 일은 일과. 김장배추는 파랗게 날로 잘 자란다. 고자리..
귀촌일기- 춘원 이광수의 <꿈> <꿈>을 하루에 다 읽었다. <흙>, <무정>에 비하면 단편이다. 지난 두어 주일은 춘원 이광수 소설에 푹 빠진 셈이다. 오래 전에 읽어 저장되었던 스토리의 기억은 바래져서 희미하고 주인공 이름들만 또렷하게 남아 새삼 새로웠다. 춘원 이광수. 그는 누구인가... 다시 들춰본 문..
귀촌일기- 서재로 출근하다(2) 태풍이 두 개 올라오다가 하나는 일본으로 가고 다른 하나는 중국으로 빠졌다. 상해, 산동반도 쪽의 '레끼마'가 이곳 서해안 충청도에 연 사흘 비를 뿌린 것이다. 오랫동안 가물다가 장마의 뒤끝을 100 미리의 비로 해갈이 되었으나 며칠동안 꼼짝없이 나를 가두어 두었다. 덕분에 <무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