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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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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짱이와 해바라기
해바라기 모종을 심으며... 생전 처음으로 토시를 착용했다. 몇 년 전 보건소에서 나눠주는 걸 던져두었는데 오늘따라 눈에 띄었던 것. 쯔쯔가무시는 가을에 유행한다. 들쥐들이 옮기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 10여 년 전 고열로 입원을 하는 등, 보름 여 고생한 적이 있다. 이제사 철이 들었나? 유비무환. 해바라기 모종을 심는 걸로 올해 봄농사의 전반전, 모종 심는 일은 완료되었다. 순서를 기다리느라 해바라기 모종이 고생했다. 키만 멀대같이 자라 흐느적거리며 기운이 없어 보이는데 제대로 노지에서 땅 힘을 받으면 펄펄 날듯이 곧장 자랄 것이다. 해마다 그랬다.
새싹, 새싹들 모내기를 앞둔 씨나락 육묘상자 모판에는 볏모가 자란다. 앞산 솔 밭에는 어린 송순이... 우리집 하우스 안에는 모종들이 다투어 자라고 있다. 옥수수, 해바라기, 야콘, 토란...
토란 모종... 해바라기, 옥수수 모종 만들기 밭에서 해야 할 일, 하우스 안에서 해야 할 일... 해야할 일들이 줄을 섰다.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씨를 뿌리고 거두는 일이란 모두 때가 있다. 마치 저들끼리 순서 다툼을 하는 모양새다. 오늘은 토란, 해바라기, 옥수수 모종 만들기. 밭에 직파해도 되지만 성공율을 높이기 위해선 모종을 만들어 재식하는 편이 안전.
해바라기 씨를 거두며 허우대만 컸지 작년에는 전혀 꽃이 피지 않았다. 올해 해바라기 농사는 반타작이다. 두군데 심었는데 동밭쪽은 해바라기 씨가 여물게 달렸고 가운데 밭은 신통치 않았다. 심는 장소에 따라 수확이 다르다. 나에게 해바라기는 씨앗을 보고 심는 게 아니다. 40여 년 전 20대 소싯적에 봤던 영화에서 주인공 애련한 소피아 로렌의 이미지가 두고두고 나에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우중충해진 해바라기 밭을 일찌감치 정리했다. 마늘 심고 양파를 심을 자리다. 내년 농사가 기다린다.
가을이 익어간다 감나무 밑에 떨어진 대봉감을 보면 저만치 가을이 온 걸 안다. 돌계단 사이 그늘진 돌계단 사이에 돋아난 버섯을 보면서 가을이 깊어가는 줄 안다.
해바라기같은 놈? 마늘과 양파 뽑아낸 동밭이 잡초로 뒤덮혔다. 예취기가 효자다. 잡초를 잘라냈더니 시원하다. 옆집 밭과 경계선에 심었던 해바라기가 비로소 돋보인다. 예취기 작업을 할 때마다 일과 운동의 상관관계를 떠올린다. 일이냐? 운동이냐? 단순작업이 그렇다. 해바라기는 해를 등지고 꽃이 핀다. 양지만 쫒는 기회주의자 아니다. '해바라기같은 놈'이란 말을 해바라기가 들으면 심히 억울해 할만하다.
해가 그리운 해바라기꽃 비바람에 넘어진 해바라기를 일으켜 세워주었는데 어제 폭우에 또 비스듬히 쓰러졌다. 키가 큰데다 이젠 해바라기 꽃대 무게까지 가세해 상체가 무거워진 것이다. 3 미터가 넘는 키, 한 자가 넘는 직경의 꽃대. 갈수록 제 한몸을 가누지 못한다. 자빠지면 일으키고 쓰러지면 세워줄테니 올핼랑 시원스럽게 큼직한 꽃이나 피워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