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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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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다 캤다! 하지감자 하지감자라 하지부터 캐기 시작한 감자를 3주 만에 다 캤다. 날은 더워지고 이걸 언제 다 캐나 생각했는데 매일 끈질지게 캤다. 캐는 족족 차에 실어 인근 우체국 택배로 보낼 곳에 보냈다. 오늘 마지막 다섯 상자로 지금까지 모두 23 상자째다. 남아있는 다섯 상자의 분량이 곳간에 저장해두고서 먹을 감자다. 대장쟁이 집 부엌에 쓸 칼이 없다는 속담이 있다만, 더러 상채기가 나고 자잘하긴 해도 아무 탈 없다. 올해 감자농사 결산서... 내마음에 풍년이다. 프로 농삿꾼들에겐 별게 아니지만 귀촌 10여 년에 28 상자의 생산은 처음 있는 일. 2월 말에 수미 씨감자 20 키로 한 박스를 심어 넉 달만에 280 키로를 생산한 셈이다. 이런 맛으로 농사를 짓는다.
바로 이 소리... 툭! 탁! 투둥! 듣기 참 좋은 소리다. 캔 감자를 담을 때 나는 소리. 툭! 탁! 투둥! ... 찌그러진 알루미늄 바께쓰를 울리며 나는 그 소리. 유월을 지나 오늘이 7월 초하루. 하지감자라는데 아직도 캘 감자가 남았다. 아침나절이면 감자를 캔다. 툭! 탁! 투둥!
전자레인지로 '감자칩 만들기' 빨간 토마토캐첩에 살짝 찍어먹는 그 맛의 추억. 식용유에 틔기지 않고 감자칩을 만들 수 있을까? 전자레인지에서 감자칩을 만들어 보았다. 얇게 썰은 감자를 물에 담가 전분을 씻어 채반에서 물기를 뺀다. 서로 들어붙지 않도록 소분하여 3등분으로 나누어 3 분간씩 두 차례 굽는다. 노릿노릿한 감자칩이 된다. 부풀어 오른 놈도 있어 맛깔스럽다. 가루소금을 흩뿌려 간을 한다. 소금을 털어내면 짭쪼름한 감자칩이다. (한 쪼끼 생맥주 생각이 난다.) ...감자 소비 진작을 위해 처음 시도해본 일이다. 대형 왕감자 한 개를 감자칩으로 만드는데 한 시간쯤 걸렸다. 간식으로 그저그만이라는 집사람의 환호에 내일은 에어프라이어에서 만들어 볼 작정이다.
감자 캐면서 고구마 심는다 읍내 모종아지매한테서 사다둔 고구마 모종 한 단이 저만치서 기다리고 있기에 그 자리만큼 간량을 해서 감자를 캐내고 고구마 모종을 심는 중. 비닐 멀칭을 걷어내고 잡초를 제거한 다음 감자를 캔다. 삼지창으로 감자를 캔 이랑을 괭이로 바로 개간해서 가지런히 두둑을 만든 뒤 고구마 모종을 놓는 것이다. 비가 오고 해서 오늘로 사흘 째다. 50년 전, "싸우면서 건설하자!"라는 구호가 새삼 생각난다.
감자밭 옆에 돼지감자 하지가 어느듯 사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 무렵에 캔다해서 '하지 감자'라고들 하는데 역시 때가 되니 감자 잎이 누릿누릿 말라들어가는 폼새가 감자 캘 때임을 스스로 알려준다. 감자를 캐기 전에 진입로를 만들기 위해 감자밭 주위를 정리해야 한다. 감자밭 옆에 내 키만큼이나 우궂하게 자란 돼지감자가 무리다. 10 년 전 귀촌 초기 어느분이 건강에 좋은 식재료라며 종자를 애써 보내주셨는데... 이게 완전히 천덕꾸러기 애물단지가 되어버렸다. 거름 한 됫박 주지않아도 번식력이 워낙 출중해 아무리 잘라내도 해마다 다시 돋아나 주위를 완전히 장악해버린 것. 어쩌다 감자 이름을 타고 난 잡초. 이런 잡초가 없다. 감자 캐기 위해 돼지감자부터 퇴치해야 하는 아이러니... 예초기 칼날에 모두 잘라버리기엔 너무 모질다 생..
다시 감자밭으로 돌아오다 씨감자를 심은지 40일이다. 돋아나는 감자 순을 비닐멀칭을 잘라 꺼낸 다음 복토를 해주는 작업을 수시로 해왔는데 오늘 완료했다. 봄 햇살이 따갑다. 덥다. 감자 농사는 우수 경칩에 심고 하지 무렵에 수확하는 100일 농사다. 이제야 절반, 반환점을 도는 셈. 엊그제 내린 비에 부쩍 자랐다. 이제부터 하루가 다를 것이다.
감자 새 순이 보인다 이제 혹시나 해서 오늘 감자밭에 가보았더니 역시나 새 순이 올라왔다. 멀칭사이로 희미하게 보인다. 보고 싶을 때 보여주는 게 반갑다. 씨감자를 심은지 꼭 3주일만이다. 하나가 시작이다. 금새 여기저기 경쟁하듯이 돋아날 것이다. 고랑을 다니며 비닐을 뚫을듯 솟구치는 감자순을 터주어야 한다. 6 월 하지 무렵에 캔다. 그래서 하지감자라 한다.
귀촌일기- 밭에 일하러 간다(1) 하루종일 카톡으로 100통 가까운 문자가 들어왔다. 10월 9일. 광화문. 나는 시골에 엎드려 앉아 유튜브로 용만 쓴 하루다. - - - - - 흙을 만지면 기분이 좋다. 상쾌하다. 즐겁다. 흙냄새를 아세요? - - - - 오후 느지막한 시간에 오늘도 감자를 캤다. 다들 하지감자라는데 나는 지금도 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