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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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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투에 든 <농민수당> 45만원 며칠 전, 마을 방송에서 '을 타러 신분증을 지참하고 마을회관으로 나오라' 는 이장님의 사전 고지가 있었다. 왠 농민수당? 1인 가구는 80만원, 2인 가구는 1인당 45만원이었다. 우리집은 두 사람이 농업경영체에 농민으로 등록되어 있기에 각각 45만원이 들어있는 봉투 두 개에 90만원 을 집사람이 나가서 타 왔다. 태안지역의 영세 가게만 통용되는 '태안사랑 상품권' 표현만 없다면 빳빳한 5만원, 만원 짜리 돈이다. 갑자기 주머니가 든든한 느낌. 다다익선인가? 이런 제도가 어떻게 생겨났을까. 봉투 뒷면에 코로나 19 격려금이라는 표현이 있다.
만추...도내리
'꽃지해변은 오늘도 비가 내렸다' 추석 전부터 오늘은 코에 바람을 한번 넣기로 작정했던 날이다. 하늘이 흐리긴 했어도 출발할 땐 괜찮았는데 안면도 쪽 남으로 내려갈수록 비가 듣기 시작했다. '할미 할아비 바위'가 있는 꽃지 해변은 비가 내렸다. 바깡스 철 지난 2십리 백사장엔 갈매기 뿐. 그리고 10년 묵은 단골집 돈까스 가게가 있었다.
팔봉산의 동쪽 서산에 나갔다 돌아오는 길을 성연으로 택했다. 꼬불꼬불해서 평소 잘 다니지 않는 길이다. 우리집에 보면 동쪽으로 서산 쪽이다. 반대편이다. 금학리에서 역광으로 비치는 팔봉산. 같은 산이로되 느낌이 다르다. 어제 우리마을에서 바라본 팔봉산은 이랬다.
바람 부는대로... 물결 치는대로... 태안에 살면서도 서산이 가깝게 느껴지는 건 코 앞에 팔봉산 때문이다. 제1봉은 갓머리를 닮았대서 감투봉이라 한다. 우럭바위 2봉을 지나 제3봉이 정상이다. 8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뚜렷하다. 본래 9봉산이었는데 8봉산으로 바뀌자 봉우리 하나가 '구봉 구봉' 하며 울었다는 전설. 동으로 팔봉산이면 남쪽으로 산등성이를 몇 구비를 건너지나 멀리 백화산. 지리산 반야봉이랄가. 바가지 두 개를 무심코 엎은 듯 봉우리만 보인다. 태안의 진산이다. 찰랑찰랑 도내 앞 뜰은 초록 물결. 푹푹 찌는 한더위가 논 벼엔 더 없는 보약. 풍년 예약이다. 마파람에 넘실대며 춤춘다. 일본에서 아베 전 수상이 피살되고, 집권여당 대표가 윤리위에서 낙마했다. 사모관대가 허업이며 반야바라밀다 오온이 개공이라... 감투봉, 반야봉이 다가..
송해 선생님 별세 송 해 선생님의 별세를 애도합니다. 2014년 8월 8일 을 위해 태안에 오셨다. 녹화를 마치고 헤어질 때 나는 내가 직접 담근 복분자 술을 한 병 드렸다. 평소 어쩐지 마포 에서 탁배기 한 잔을 나누고 싶었던 분이었기에. 그 날 장려상 상금 50만 원으로 응원 차 나와준 도내리 이웃 주민들을 위해 늦은 점심자리를 마련했다. 금세 8년이 흘렀다. 소중한 추억의 한자락이 오늘따라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우리나라 최고령 '뻥 영감님'
배롱나무와 감나무, 차이는? 나무가 허물을 벗는다. 봄맞이 단장을 하듯. 마당에 있는 배롱나무와 감나무를 보면 둥치에 껍질을 벗은 모습이 전혀 딴판이다. '나무 백일홍'이라고 불리는 배롱나무는 매끈하다. 너무 매끈해서 원숭이도 미끄러진다는 '미끄럼 나무'. 겨울을 지나며 언제 벗어 던졌는지 속살이 하얗다. 모든 걸 미련없이 내준다는 무소유의 의미를 부여해 절간에 많이 심는다. 한여름까지 100이 동안 붉은 꽃을 끊임없이 피어 낸다 해서 일편단심 충절의 나무로 서원이나 서당에는 반드시 배롱나무가 몇 그루 있었다. 여름이면 옷을 입고 겨울이면 벗는 나무... 허물을 벗어 던지는 자연에서 배운다. 배롱나무는 여기 태안군의 상징 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