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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구아바, 노랑구아바 마당에 구아바 화분 두 개. 빨강 구아바나무에는 빨강 구아바가 열리고 노랑 구아바나무는 노랑구아바가 달렸다. 여름날 구아바 꽃이 피고 가을에 익을 때까지 알 수 없었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 콩은 콩이요, 팥은 팥이다. 근본은 어딜 가는 게 아니다. 빨강구아바 이파리가 초록빛이 쬐끔 더 짙다. 둘을 함께 놓고 자세히 봐야 안다.
밥솥을 열어봤더니... 거실에 저편 주방쪽에서 딸랑거리는 소리가 났다. 밥이 익을 무렵이면 밥솥에서 흔히 듣는 소리다. 오늘따라 고소한 옥수수 내음을 선창으로 알 수 없는 구수함의 합창. 밥솥을 열 때 와서 보라기에... 집사람의 신호에 맞춰 가보았더니 밥솥 안의 경치. 예술작품이 따로 있나... 지난 여름 내내 발걸음 재촉하며 내 손으로 재배한 작물들이다.
귀촌일기- 단기4288년 9월 24일 나의 일기 단기 4288년은 서기1955년이다. 내가 국민학교 2학년으로 여덟살 때다. 일기장 표지에 'No 2'가 쓰여있는 걸로 보아 두 번째 일기장인듯 한데 첫 일기장은 남아있지않아 아쉽다. 64년 전, 1955년 9월 24일, '일가 친척들과 산소에 성묘를 갔다가 돌아올 때는 아저씨 자전차에 실려왔다'는 이야기. ..
귀촌일기- 함포사격과 산비둘기 "우리 콩밭, 비둘기 좀 쫒아주슈~잉." 이른 아침에 만난 반장이 농담조로 내게 건네는 말이다. 우리집 뒤 바닷가 쪽에 반장집 밭에 올핸 콩을 심었다. 해마다 심어온 고구마 대신 콩을 심은 건 연작의 피해 때문이다. 거름을 하지않는 콩이라 해서 편한 작물이 아니다. 비둘기가 뿌려놓..
귀촌일기- 콩 심은 데 콩 나고 감자 심은 데... 본래 감자밭 이랑이었다. 감자가 듬성듬성 나기에 중간에 야콘 모종을 심었다. 감자를 캔 뒤에는 되레 그 자리가 비었다. 오늘 콩을 심은 것이다. 돌아가며 빈 자리 메꾸기. 남들이 하는 걸 곁눈질 해서 보고 배운 것이다. 감자 캐고 방치해둔 데라 잡초가 우굿하다. 호미를 넣어 정리하다 ..
귀촌일기- 배꽃은 피는데 그 좋던 하늘이 갑자기 흐려지더니 후드득 빗방울이 듣는다. 비닐 하우스 안에서 듣는 빗방울 소리는 요란하다. 콩 볶는 소리를 낸다. 하우스 문 밖에는 흐드러진 배꽃이. 처마밑을 휘돌아 나가는 바람소리에 잠을 깰 만큼 밤새 바람마저 불었다. 강풍 비바람에 저 배꽃은.
귀촌일기- (두부 만들기) 농촌에 손두부는 사라진다 두부 만드는 도구가 '연경 엄마'네'집에 갖추어져 있는데다 마을회관 바로 옆이라 또한 안성마춤이었다. 땔감 나무는 '영빈 엄마'. 불때기는 '유영자 형님'. 부뚜막에서 젖는 건 '기설 씨 댁'. '광태 엄마'는 두부 짜기. 서리태, 메주콩 현물은 '황토집 아줌마'. 말이 누구 엄마, 형님이지 모..
귀촌일기- 두부 만드는 날, 경로당 가는 날 건너마을 동네인데도 오가며 요즘 부쩍 형이니 아우니 하는 소리가 잦더니 오늘은 두부 만들기에 뭉쳤다. 영빈네,재성네,미경 엄마와 함께 가재풍 씨집에서 두부 만들기로 했다는 이야기는 며칠 전에 들었는데 여러 정황으로 보아 집사람이 바람을 잡은 게 분명하다. 두부 만드는 일이야 농한기 한갓질 때 흔히 해먹는다. 부녀자들 입장에서는 그 일이 하도 번거로워 선뜻 두팔 걷고 나서기 엄두가 안난다. 한나절 내 맷돌에 갈고 불 때서 연기 피우다 보면 동네방네 소문 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오늘 내가 한 일은, 아침 아홉시에 영빈네 집에 가서 밤새 불려둔 콩을 가져다 읍내 방앗간에서 갈아오는 일이었다. 영빈네,재성네는 콩을 각각 3키로 씩 내고 가 씨네 집은 두부 만드는 도구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는 데다 땔감을 조달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