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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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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계장, 수문 위로 올라가다 비가 많이 오긴 왔나 보다. 귀촌 20년에 저수지 물을 바다로 방류하는 건 처음 보았다. 방조제 너머로 갯골이 갑자기 급류가 흐르는 강이 되었다. 여름 장마가 가을 장마가 되었다는 둥 하며 올해 장마가 유별나게 길었다. 여기 충청도를 관통한 건 아니지만 수시로 들이닥친 태풍의 여파가 만만치 않았다. 팔봉산 계곡에서 흘러내린 물을 마을 수리계장님이 도내저수지 수문을 작동해 물을 빼기에 이르렀다. 황금 들판이 코 앞이다.
벼농사, 추수하는 부부 추수하는 들판에서 부부란, 기다릴 땐 기다리고 도울 땐 다가선다. 말이 필요 없다. 늘 그래왔던대로 작업 지시가 필요 없다. 호들갑스럽지 않아 담백하다. 묵묵한 부부가 아름답다.
아니벌써, 벼꽃 벼꽃이 피었다. 모심기가 엊그젠데, 가을이 성큼.
11월, 가을은 요란하다 우리집 동쪽으로 박 회장네 밭이다. 올가을엔 팥을 심었다. 팥 타작하는 엔진소리가 이른 아침부터 요란하다. 집 뒤 바닷가쪽엔 버갯속영감님댁 생강밭이다. 생강 따는 아낙네들 소리가 하루 종일 왁짜하다. 남정네는 생강부대를 생강굴에 가져다 나르기에 바쁘다. 아랫집에서는 언덕바지 아래 포크레인으로 성토작업 공사판이 벌어져 있다. 나는 비닐 하우스에 앉아 며칠 전에 꺾어두었던 토란대를 깠다. 오늘은 11월 초하루다. 다들 가을걷이에 바쁘다.
바심하는 농부의 얼굴 나락을 추수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표정이다. 충청도 여기선 바심을 '바섬'이라고 발음한다.
귀촌일기- 추억속의 벼베기 시범 논농사. 모내기서부터 벼베기에 탈곡까지 사람 손으로 했다. 오늘날에야 이앙기나 콤바인 기계로 한다. 벼베기를 하는 모습이 보기 힘들어졌다. 낫으로 일일이 볏단을 잘랐다. 저 넓은 뜰을 허리를 굽혀 농민들은 이렇게 해냈다. 70년대까지 농촌 일손돕기 벼베기 봉사활동이 있었다. 추..
귀촌일기- 어제 하루 이야기: 가을비 희비쌍곡선 수리계장 조 씨네, 버갯속영감님네, 이웃 박 회장네, 어제 뚝방길을 지나다 보니 바심한다고 다들 야단이었다. 앞뜰은 황금 들녘. 누렇게 잘 익은 볏단은 콤바인의 기계음에 빨려들어가는 족족 알곡으로 탈곡되어 나온다. 이럴 때 비가 오면 안되는데... 수매하러 간 나락이 물벼라고 퇴짜..
귀촌일기- 쓰잘데없는 비에 쓰러진 벼 며칠 전 태풍에 이어 잇달아온 이번 태풍이 남쪽지방과 달리 여기 충청도에 큰 피해는 주지않았다. 가을 햇살이 화끈하게 내려쬐면서 나락이 익어가야 할 이즈음에 내리는 비는 논농사 농부에겐 아무작에도 쓸데가 없다. 가을 장마. 비가 오는 것도 아니고 아니오는 것도 아니다. 나에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