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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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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부 그리고 '아내와 나 사이' 아내와 나 사이 이생진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누구 기억이 일찍 돌아오나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둘을 떠나고 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 그가 내 아내인 줄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그것을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인생? 철학? 종교? 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꼭 10년 전이다. 2012년 7월 12일. 태안 읍내 출입에서 돌아오는 길에 인평리에서 만났던 그림. 노부부가 걸..
60년 친구들 이게 얼마만인가? 60년 만이다. 최점용, 하정근 두 친구와 통화했다. 우연찮게 서울에 있는 최영진 친구가 전화번호를 주며 다리를 놔 주었던 것. 국민학교 중학 시절의 친구들이다. 둘 다 교대를 졸업하고 교편을 잡았고 교장으로 은퇴했다. 나도 고향 진주를 떠나 충청도에 있지만 다들 객지인 울산과 부산에서 각각 살고 있다. 그 사이에 까마득히 잊고 지냈다. 추억의 편린들이 쏟아졌다. 그 시절을 불러내어 퍼즐 맞추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옛것일수록 기억이 또렷하다. 내 벗이 몇인가 하니 水石과 松竹이라 동산에 달 오르니 그 더욱 반갑구나 두어라, 이 다섯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까까머리 시절의 묵은 친구들... 지나고 보니 그게 우정이었다. 세월이 흘러 이젠 마음 뿐. 자유로이 서로 오갈 형편이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