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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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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 빗물... 빗물 옛말에 ' 3년 가뭄은 견뎌도 석달 장마엔 거들난다 '는 말이 있다. 앞뜰에 알곡이 쨍쨍한 햇살에 한창 여물어 가야하는 이 시절에 각설이처럼 되돌아와 오늘도 또 폭우다. 처마에 물받이가 넘쳐 폭포수같이 떨어진다. 어제 반짝 햇빛에 잠시 내다 놓았던 빨래걸이가 무색하다.
귀촌일기- <시레기를 삶으면서> 한동안 무심했던 마지막 시레기를 삶았다. 처마 아래 빨랫줄에서 겨울을 보냈던 무청 시레기다. 시레기가 동이 나면서 봄이 온다. 적막했던 지난 겨울의 아쉬움인가, 시레기가 소리를 낸다. 뽀글뽀글 끓는다. 귀로 들리는 소리에다 눈요기 또한 흥겹다. 시레기 삶는 냄새가 구수하다. 구..
귀촌일기- 우리집 블루베리는 지금 처마 기와 아래 둥지를 튼 참새떼가 쉼없이 울어제낀다. 비바람이 치니 심란한 모양이다. 이런 날 뒷골목 눌러앉은 옴팡집에서 탁걸리 한잔이 그리웁다. 어제 저 꿀벌은 어디서 뭘 할 가.
귀촌일기- 호박오가리, 호박고지 따다 둔 호박 중에 제일 큰 누런 호박 두 개. 호박오가리, 호박고지를 만드는 건, 귀촌 15 년의 경험에사 우러난, 일 년에 한두 번 어딘 가에 생광스레, 꼭 필요한 쓰임새가 있었다. 그래서 오늘도 만들었다. 년중 행사다. 껍질 벗기기가 땀 난다. 팔도 아프고. 천천히 굴러가며 칼 끝에서 끊..
귀촌일기- 처마 밑에 핀 납매 납매. 몇해 전인 가. 마치 강보에 싸인 것 처럼 조그마한 화분에 담겨온 묘목이 처마 밑에 다다르게 자랐다. 가지가 뻗어나고 맺히는 꽃망울에 꽃의 수효가 해마다 늘더니 이제는 나무의 틀을 갖추었다. 매화보다, 산수유보다도. 먼저 핀다는 꽃.
귀촌일기- 농부의 하루, 내가 한일 내가 모른다 심술꾼 쌍판때기 같다는 옛말이 다소 거칠긴 해도 요즈음 같이 먹구름 낀 하늘에 딱 들어맞는다. 변덕이 죽 끓듯 하다는 얘기다. 변덕이라면 노처녀, 심술이라면 시누가 기어코 등장하고야 마는 우리의 정서가 고약하지만 한편으로 재미 있다. 비가 잦으려니 사흘거리로 비가 내린다. 비 ..
귀촌일기- 좌향 좌! 앞으로 갓! 박의 행진 처마 밑에서 좌향 좌. 당당하고 늠름하다. 박의 행진은 오늘도 계속된다. 이제 남은 일은... 달 밝은 밤 그 어느날. 하얀 박꽃부터 피어야지...
귀촌일기- 대박의 기운, 미리 받으세요 처마 밑에 주렁주렁 매달릴 박이다. 힘차게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한여름 밤의 꿈은 대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