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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양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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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는 계절...가을 가뭄 가을은 건조하다. 보름 전에 밭에서 잘라다가 꾸들꾸들 말려 껍질을 벗겨 두었던 토란대가 하우스 안에서 시원스럽게 바싹 말랐다. 겨우내 먹거리 저장 마무리다. 당분간 비 소식이 없기에 호스를 길게 끌어내 양파 밭에 물을 주었다. 밭둑에도 물을 주었다. 얼기설기 뿌렸던 봄동 시금치 씨앗이 밭둑에서 싹 트기를 기다리고 있다.
자주양파 심는 날 점심 무렵에 읍내 모종시장에 나가서 자주 양파 모종을 사왔다. 105구 연결포트 한 판. 2만 원이다. 한 구에 모종이 2~3개이므로 한 가닥씩 쪼개서 심으면 250 개 양파 모종이 된다. 이른 아침부터 작업을 시작했으나 어느 듯 서산으로 해는 뉘엿뉘엿 기울고... 이 정도에서 동작 그만! 오늘 하루로 끝날 일이 아니다. 동밭에서 줄잡아 닷새는 살아야 할 듯. 7~8 년 전, 안면도에서 설게 잡을 때 사둔 철제 뽕 막대가 오늘따라 쓸모가 있었다. 실오라기 같은 양파 모종을 심기 위해 유공 비닐 구멍 사이로 작은 홈을 파는데 아주 요긴 했다.
트랙터,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 박 회장을 찾아가 엊그제 밭갈이를 부탁했는데 이틀만에 들이닥친 것이다. 올핸 웬일이야? 하며 놀란 이유는 이렇다... ... 동밭 자투리밭은 작고 삼각으로 각이 져서 트랙터로 로타리 치기가 성가시다. 예취기로 잡초를 미리 제거하고 태울 건 태우는 등 준비 작업을 마치고 이제나 저제나 하며 기다려야 했다. 다들 바쁜 농사철에 자투리 밭 하나 때문에 장비를 움직이가 어려워, 오래 전에 부탁을 하고서 중간에 은근슬쩍 독촉을 하기도 해서... 그나마 근근이 때를 맞추어 심을 수 있었다. 지금껏 관행이었다. 장비가 없는 말 못할 속사정이다. 내가 할려고 갖다 둔 퇴비도 알아서 뿌려주며 밭갈이를 해준 건 고마운데 자주 양파를 심으려면 아직 한 달이나 남았다. 그 때까지 기다리면 그동안 내리는 비에 땅이 굳어져버릴 ..
잡초를 태우면 거름이 된다 자투리 밭뙈기다. 자주 양파를 심을 요량이다. 트랙터로 로타리를 치기 전에 사전 정리작업을 해 두어야 한다. 여름 내내 기세등등 온통 잡초로 뒤덮였던 동밭을 예취기로 깎고 이틀동안 가을 햇살에 말렸더니 까칠해 졌다. 갈고리로 긁어 모아 태웠다.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잘 탄다. 하얀 연기에서 구수한 냄새가 함께 피어난다. 이 또한 우리 농촌의 서정 어린 냄새다. 가을은 뭔가를 생각하는 계절... ' 낙엽을 태우며 '의 이효석이 생각난다.
청춘들은 모두 어디 가고... 한바퀴 마을을 돌아보면 젊은이들이 없다. 농사일에 눈에 띄는 이들은 70대다. 그나마 일손을 움직이는 남정네 아낙네 축에 속한다. 청춘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 자식들은 다들 외지로 나가고 어쩌다 귀촌 의향을 은근 슬쩍 물어보면 하나같이 묵묵부답이라는 푸념만 마을 통신으로 간간이 들려온다. 오늘도 나는 동쪽 자투리 밭에 풀을 깎았다. 요즘 내가 되풀이하는 주 레퍼토리다. 마늘 양파 심는 계절이 돌아왔다. 올해도 자주 양파를 심어 볼 요량이다. 트랙터 밭갈이를 부탁하자면 잡초부터 제거해두어야 한다. 어쩌다 돋아난 박 줄기에 박꽃이 한창이다. 새끼 박이 앙증맞다. 대봉감이 익어간다.
올해 양파 농사 결산
양파도 암 수가 있다 곧 양파 캘 때가 되었다. 양파 줄기가 슬슬 마르면서 땅바닥에 드러눕기 시작하면 양파를 캘 때다. 암놈 양파는 맥없이 쓰러지는데 숫놈은 그대로 서있다. 양파도 암수가 있다. 양파에 꽃대가 맺혔다. 꽃대가 생기면 숫놈이다. 숫놈 양파는 암놈에 비해 모양새가 밋밋하고 크기가 작다. 쉬 물러져 장기 보관성도 없다. 천덕꾸러기 신세다. 올핸 유난히 숫놈이 많아 실망이다.
양파밭 풀 깎고, 토란 심고 오전에는 양파밭 주위 풀을 깎았다. 예취기가 지나가다 자칫 작물을 건드리기 마련이다. 가장자리 양파 몇 개가 잘렸다. 지금부터 한창 비대기인데 그런대로 이미 씨알이 굵다. 어쨌거나 햇양파다. 오후에는 토란 모종을 내다 심었다. 토란은 모종을 만들어 심는 거와 노지에 직파하는 방법이 있다. 직파한 토란은 이제야 새싹이 올라온다. 그러나 성장이 빨라 한 달쯤 지나면 차이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