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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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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첫부추는 누가 먹나? 정직한 건 자연이다. 머위 날 때 머위 나고 토실토실한 부추가 밥상에 오르면 어김없이 봄이다. 나는 언덕배기 뽕나무 아래서 첫 머위를 꺾었고 집사람은 채마밭에서 올해 햇부추를 잘랐다. 첫 부추는 사위도 안준다나?! 사위사랑 장모라던데... 사위가 들으면 얼마나 섭섭할가.
달래, 부추, 방풍...그리고 들고양이 거실 창문을 내다보고 있노라니 하루에도 몇 번 제집처럼 드나드는 산고양이가 오다가다 찾아와 처마밑 새우젓통에 고인 낙숫물을 맛있게 마신다. 어제 내린 빗물이다. 어디서 날아들었는지 어느 해 달래가 나기 시작하더니 해마다 그 자리에 달래가 나서 자란다. 가을이 되면 종자가 떨어져 번져나간다. 봄이 아직 여물지도 않았는데 올해도 벌써 손가락 길이 만큼이나 자랐다. 데크 앞 마당 양지바른 곳이다. 아니나 다를가 뒤안의 부추밭에도 뾰쪽뾰쪽 부추 새싹이 돋아났다. 바로 옆 방풍나물도 저만치 쑥과 냉이도 다함께 날 좀 보소 손짓을 한다. 모두가 자연이다. 자연은 그대로 두면 되는 것.
雨水를 지나며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인데 천릿길 남쪽 충청도 이 고장엔 얼음이 꽁꽁 얼었다. 강추위가 다시 찾아왔다. 칼바람에 더더욱 체감온도는 곤두박질이다. 앞산 솔밭길을 걸었다. 녹다 말다 며칠 전에 내린 잔설을 밟으며 걸었다. 솔카지 사이로 내리비치는 햇살이 따사롭다. 소나무 등걸, 솔뿌리 사이에 돋아나는 이끼들. 새파랗다. 어김없이 자연은 정직하다.
흙냄새, 흙내를 맡으면 죽죽 줄기가 뻗기 시작한다. 기가 펄펄 산다.
기선제압? 잡초 동서로 수내수로가 가로지르는 앞뜰은 모내기가 한창이다. 나는 하루종일 제초 작업을 했다. 장독 마당, 윗밭, 아랫밭 계단을 오가며 풀을 깎는 하루였다. 갈수록 기세등등해지는 잡초. 더 이상 기고만장해지기 전에 기선을 제압할 필요가 있다. 모든 게 때가 있는 법. 더 이상 방치하면 통제불능이다. 좀 더 일찌감치 풀을 깎는다 하면서도 모종 심느라 미뤄왔다. 하루 종일 예취기를 들고서 잡초와 씨름을 했다. 잡초의 저항이 거셌다.
수박 재배의 첫 관문...순지르기 우리집 수박밭이래야 달랑 수박 모종 두 개. 재미삼아 심어본 것이다. 두어 번 내린 비에 땅 기운을 받아 줄기가 뻗어가기 시작했다. 시건방지게시리 어린 놈이 벌써 꽃을 세 송이나 피었다. 모두 수꽃이다. 뿌리에서 줄기가 뻗기 시작해 잎이 대여섯 장 되었을 때 순을 잘라주는 것...첫 ..
가랑비,이슬비,보슬비 내리는 날 가랑비,이슬비,보슬비... 오늘은 비 오는 날. 지난 주내내 밭에만 엎드려 있다가 여유가 생긴 것일까. 머리 위로 대봉 감꽃 봉오리가 보인다. 석류나무는 석류꽃 샛빨간 봉오리가 봉긋. 이팝나무 가지는 젖은비가 한없이 무거운듯 아래로 늘어지고. 모처럼 앞뜰을 걸었더니 모내기철임을 ..
비 오는 날이 쉬는 날 비가 내린다. 소리없이 내린다. 하루종일 내려도 밭고랑에 빗물이 흐르지 않으니 강수량이랄 것도 없다. 내리는 족족 땅에 스며들었다. 짬짬이 오는 비는 밭농사엔 좋다. 어제 모종을 심느라 날을 도와 바쁜걸음을 쳤던 보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