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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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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지자 백일홍 핀다 흐드러지게 피었던 능소화는 송이째로 낙화되어 속절없이 졌다. 이젠 몇 닢 남기고 댕그러니 박 만 남았다. 능소화 가지를 타고 박 넝쿨이 기어올랐던 거다. 서편 울타리 끄트머리에 배롱나무에 어느새 빨간 기운이 돈다. 백일홍이다. 능소화 지자 백일홍이 핀다. 얼커렁설커렁 순리대로 어우러지는게 자연이다.
달빛소나타... 獨樂 나이가 들면 새벽잠이 없다더니... 오밤중에 대낮같은 달빛에 선잠을 깼다. 밤새 활짝 열어둔 창문으로 월광이 덮친 것이다. 일어나 책력을 펼쳐보니 아니나다를가 보름이다. 오랜만에 보름달. 열대야 아니었으면 망월을 놓칠뻔 했구나. 풀벌레 소리가 몰려온다. ----------- 獨樂堂은 벼슬에서 물러난 이언적이 기거했던 사랑채다. 옆쪽 담장에 좁은 나무로 살을 대어 만든 창을 달아 이 창을 통해 앞 냇물, 자연과 하나가 되었다. 훗날 조선조 광해군 때 박인로가 경상북도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에 있는 옥산서원의 독락당을 찾아 이언적의 행적을 기리며 '독락당' 가사로 노래했다. ....사마온의 獨樂園이 좋다 한들 그 속의 즐거움 이 독락에 견줄소냐. ....맑은 시내 비껴 건너 낚시터도 뚜렷하네. 묻노라, 갈매기..
감자밭이 달라졌다 유월이다. 시도 때도 없이 비가 온다. 봄장마라고도 하고 어떤이는 이러다 여름 장마와 겹치게 아닌가 하면서 푸념을 한다. 밭농사하는 농삿꾼은 가뭄보다 장마에 애를 먹는다. 요즘 한창 마늘을 캐야하는데 질척거려서 못캐고 고구마 심어야 하는데 고구마 순이 웃자라도 기계장비가 들어갈 수 없어 미뤄야 한다. 세상사 모두가 그렇듯 농사도 때가 있는 법. 우리집 감자밭도 잡초가 무성하다. 쉬엄쉬엄 뽑아주어도 금방 다시 돌아보면 저만치 또 자라나 있다. 잦은 비 때문이다. 오늘은 예초기까지 동원하여 대대적 잡초 소탕전(?)을 벌렸다. 밭둑 가장자리에 칡덩쿨과 한삼덩쿨이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감자밭으로 쳐들어오고 있다. 초장에 제압을 하지 않으면 여름내내 애를 먹는다. 감자밭에 이런저런 잡초를 일일이 손으로 뽑아내다..
대문은 있어도 문은 없다 문이 없는 우리집 대문을 보고 어느 분이 "자연과 그대로 소통하시는군요..."라고 하신 적이 있다. 대도무문이라는 말도 있긴 하다. 어수선하게 자라던 넝쿨장미를 지난해 깔끔하게 잘라주었더니 올봄에 새로 자라나 하얀 꽃을 피웠다. 감나무를 둥지를 타고 담쟁이가 기어오른다.
김 매고 땅콩 심고 토란 모종을 내다 심은 뒤 땅콩 모종이 비닐 하우스 안에 남아있다. 열흘 출타로 조금 늦었긴 해도 애써 만든 모종이니 만큼 하루라도 빨리 밭에 내다 심어어야 한다. 집사람이 거들어 주고 나는 심고... 자연의 힘이란 오묘해서 일단 땅에 심어만 두면 지열과 땅심으로 자라나는 건 시간 문제. 오랜만에 밭에 나온 김에 밭고랑에 잡초도 뽑아주었다. 엊그제 내린 비로 잡초 뽑기가 그나마 수월하다. 봄 햇살이 곱다.
박새 날이 풀려 서재를 정리할 겸 문을 열었더니 맨 먼저 찾아온 손님. 박새 한 마리. 겁도 없다. 이 구석 저 구석을 오가며 한참을 놀다가더니 또 날아왔다. 자연이란 이런 것.
돈냉이,달래,머위...마당에 모였다 된장국거리 솔쟁이, 겉절이로 민들레. 저절로 나서 자라는 야생초들이다. 식탁에 오르면 봄의 운치를 더해주는 계절 채소가 된다. 돌계단 옆에는 돈냉이, 마당 가운덴 아예 머위밭이다. 자연이 마당에 온통 들어찼다. 대문간 입구에 달래.
고사리 꺾는 남정네 그런데... 그저께 내린 비에 고사리가 올라왔다. 우리밭둑 건너 언덕배기는 온통 고사리밭이다. 가끔 심심풀이 놀이터다. 금방 비닐봉지에 가득이다. 열중해서 한참 딸 땐 모르다가 나중에야 허리가 뻐근하다. 앗! 고사리다. 우리집 처마밑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