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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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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를 지나며 이른 아침, 웬일로 앞마당이 소란스럽다. 배나무에서 푸드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다. 익어가는 단내를 맡고 까마귀 떼가 날아든 것이다. 어제 오늘 하룻새 날씨가 달라졌다. 우수수 바람소리가 스산하기조차 하다. 사방으로 활짝 열었던 거실 창문을 반 쯤 닫았다. 우렁차던 매미 소리도 한 풀 꺾였다. 칠월이라 맹추(孟秋)되니 입추 처서 절기로다. 화성(火星)은 서류(西流)하고 미성(尾星)은 중천(中天)이라. 늦더위 있다한들 절서(節序)야 속일소냐. 비 밑도 가볍고 바람 끝도 다르도다. 가지 위의 저 매미 무엇으로 배를 불려 공중에 맑은 소리 다투어 자랑는고. 칠석에 견우 직녀 이별루(離別淚)가 비가 되어 성긴 비 지나가고 오동잎 떨어질 제 아미(蛾眉)같은 초생달은 서천(西天)에 걸리거다...
입추... 농부 오솔의 하루 오늘이 입추.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지 서늘해진 느낌이다. 한껏 몰려왔던 무더위가 순순히 하룻밤새 물러갈리야. 농부의 하루는 변함이 없다. 오늘도 땀 흠뻑 흘렸다. 옥수수 껍데기 벗기는 작업은 다 못하고 마무리는 내일로 미뤘다. 세월이 좀 먹나? 하며...
기다리는 마음, 달맞이꽃 마당 가생이에 한 그루 달맞이꽃. 열대야에 지쳤나, 새벽의 달맞이꽃. 불볕 햇살에 축 늘어졌다. 오늘이 입추. 이레 뒤 칠월칠석.
귀촌일기- 가을 맛이 난다 저녁이 이슥한데도 바람 한 점 없다. 오늘밤도 열대야다. 집안 여기저기 과수를 돌아보았더니 가을맛이 난다. 그렇게도 더웠던 작년도 그랬고, 8월 15일을 지나니 어쨌거나 찬바람이 일더라. 창밖에서 들려오는 풀벌레 합창. 우짖는 소리 결이 다르다. 내일은 광복절. 하루종일 친구들 카..
귀촌일기- 아~ 세월은 잘 간다~ 아, 벼꽃이 피었다. 모내기 한 지가 바로 엊그젠데...벌써. 아~ 세월은 잘 간다~ 아이 아이 아이 후렴 한 소절만 입에 익은 이 노래가 절로 나오는 이른 새벽이다. 그렇지! 입추가 지났다. 볏자락에 맨힌 이슬도 이슬이려니와. 달맞이꽃도 핀지 오래.
귀촌일기- 감자 캐는데 재미 붙이다 햇감자라며 그동안 몇 포기야 캐서 맛은 보았다. 어제 대대적으로 큰 맘 먹고 집사람과 함께 달겨들어 감자를 캐기 시작했다. 어제는 둘이서 20 키로. 오늘은 나 혼자 캤다. 더 많이 캤다. 혼자서 40 키로. 중간에 읍내 외출 해가며 아침나절과 저녁무렵에 두 번 감자밭에 갔다. 잡초에 가로..
귀촌일기- 하지감자를 입추에 캐다 감자를 캤다. 하지 무렵에 캐는 감자라 해서 '하지 감자'라 하는데 유월에 캐야 할 감자를 소서,대서 다지나고 입추를 코앞에다 두고 이제야 캐는 것이다. 잡초 투성이 우리 감자밭을 보고 동네 사람들이 더 안달복달 했다. 어쩌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시기를 놓쳤을 뿐 지금 캔다고 감자에..
귀촌일기- 입추에 선풍기 한 대 추가 바닷가 흙벽돌 집이 이럴진대 하면서... 간간이 소나기라도 뿌려주면 좋으련만. 무슨 놈의 더위가 밑도 끝도 없다. 입추 처서가 곧이라 그냥저냥 지내볼 가 하다가 건너채 서재방에 있던 선풍기 한 대를 가져와서 거실에 추가했다. 둘이서 한 대씩이다. 선풍기 바람보다 더 시원한 건 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