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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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立冬을 지나며... 아, 세월은 잘 간다♪ 언뜻 잠결 창가에 비치는 하얀 달빛이 끝내 새벽잠을 깨운다. 엊저녁 해거름이었다. 이화산 마루에 걸린 석양을 마치 밀어 내기라도 하듯 동천 팔봉산 능선에 보름달이 떴었다. 한로 상강이 지났는가 했더니 하룻밤새 무서리가 내렸다. 입동. 4계절 24 절기는 여측 없이 돌고 돌아 올해 또다시 겨울의 문턱이다. 마음이 바쁘다. 농군의 하루는 짧고 할 일은 많다.
새벽 안개, 저녁 해 질 무렵 곧장 나는 어제 하다 만 밭일을 시작한다. 이른 아침이다. 앞뜰을 내려다보니 물안개가 자욱하다. 안개 낀 날은 따뜻한 날이다. 며칠 추웠다. 그 새 가을이 성큼 다가섰다. 햇살이 퍼지니 안개가 사라진다. 누렇게 익은 벼, 가을걷이 바심을 기다리고 있다. 해질 무렵에 방조제 원뚝 길을 걸었다. 쌍섬 너머 이화산으로 해가 진다. 하루가 저문다.
개펄에 백로 날다 서해바다 가로림만의 남단. 도내나루 앞 개펄에 쌍섬... 해질 무렵에 갯골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논에 있어야 할 백로가 여기에. 그림 같다. 사방 천지가 자연 그대로다. 이화산 능선 저 너머로 태안반도 원북, 이원, 만대. 멀리 오른 편으로 긴 굴뚝에 하얀 연기는 태안화력발전소다.
가로림만의 일엽편주 여기는 가로림만의 남쪽. 두 섬이 나란한 쌍섬 너머로 태안반도. 이화산 능선이 청산리 포구로 이어진다. 아, 봄은 봄이로되 올봄은 바람 잘 날이 없구나...
그래도 봄은 온다 어젠 갯골이 드러났는데 오늘은 바닷물이 들어찼다. 쌍섬 너머로 이화산에 겨우 보인다. 동쪽으로 팔봉산, 팔봉 능선을 구름이 덮었다... 올 봄은 새아씨 버선발 걸음 마냥 나긋나긋 하지 않다. 한여름 장마 태풍 때도 이러지 않았다. 창대 비 강풍에 간밤은 내내 요란하였다. 대문간 홍매나 뒤안 장독대 옆 옥매를 보면 어지간히 봄이 오긴 왔다. 봄의 전령사를 자처하던 처마밑 납매는 어느덧 빛이 바랬다.
(歲暮斷想) 도내나루의 어제, 오늘 '복덕방'은 나를 연포, 채석포, 안흥 방면의 관광지대를 먼저 데리고 갔다. 서울서 왔다니까 전원주택지를 찾는 큰손으로 알았던 듯. 몇 군데 물건을 보여주었으나 마뜩치 않았다. 해는 저물고, 돌아오려는 데 올라가는 길도라며 자기집 근처 마지막 한군데를 안내했다. 뒤로 바다가 보이고 앞으로 넓은 뜰이 있는 곳. 안마을로 돌아내려가니 옛 나루터가 있었고, 개펄이 있고, 작으나마 모래톱이 있어 소나무 그늘을 의지해 누군가가 느긋하게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이 광경이 내마음에 꽂혔다. 나의 소망은 조그만 귀촌이었다. 그동안 복덕방을 거쳐간 손님들, 아무도 거들떠 보지않았던 곳을 내가 선뜻 매매계약을 결정하자, "땅은 역시 주인 따로 있다" 며 한 건 올린 안도감에 젖은 '복덕방'의 표정과 그 한마디가 지금도 생..
가로림만의 남쪽 저녁무렵에 앞뜰을 걸었다. 도내수로 방죽을 따라 갈대밭이다. 여기도 바다였다. 40여 년 전 바다를 메꿔 간사지 논을 만들었다. 1.5키로의 방조제가 육지와 바다를 가른다. 썰물로 빠지면 갯벌, 밀물이 들면 바다다. 쌍섬이 나란히, 뒤로 이화산 자락이 병풍처럼 둘렀다. 여기는 태안반도, 가로림만의 남쪽.
앞뜰, 들판을 걷다보면... 형제산 백화산 동으로 팔봉산, 서쪽은 이화산, 남쪽은 백화산, 북쪽엔 형제산이 있다. 벼가 익어간다. 이화산 팔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