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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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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거래' 예찬 요즘세상에 혀곧은 소리 해가며 굳이 외상 거래를 틀 이유가 없다. 현금을 꼭꼭 챙겨 다니기도 번잡스러워 훌훌 털고 다닌다. 그러나 본의 아니게 외상을 그을 때가 있다. 딱 두군데다. 이웃 마을의 팔봉 이발소와 읍내 모종 가게. 며칠 전, 이발을 했는데 면도까지 12.000원이었다. 모처럼 챙겨간 만 원짜리 한 장에서 2.000원이 모자랐다. '그냥 가셔도 된다'는 이발관장의 손사래도 불구, 힘 주어 외상으로 달아 놓았다. 바로 뒷날 외상을 갚으러 갔더니 방금 채종했다며 종이컵에 접시꽃 꽃씨를 눌러 담아주시더라. 얼마 전, 모종가게 앞을 지나다가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가듯 계획에 없던 모종 몇가지를 외상으로 산 적이 있다. 며칠 뒤 외상값 15.000원을 갚으러 갔다. 모종아지매가 함빡 웃음을 덤뿍 보태 ..
모종 아지매의 꿀잠 배추 모종이 혹시 있나해서 읍내 나간 김에 모종시장에 들렀더니... 마침... 아, 꿀맛같은... 때는 삼복. 모종가게 사장님인들, 저절로 내려오는 눈꺼풀 무게를 어찌 감당하리오. 화들짝 놀라게 해드린게 미안해서 기왕의 배추모종에다 이런저런 모종 몇 가지를 더 샀다. 모종 값만 25.000 원. 손에 쥔 현금이 모자라 15.000 원은 외상. 단골집이 이래서 좋다.
운수 좋은 날 & 기분 좋은 날 현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 날'에서 인력거꾼 김 첨지에게 그 날 하루는 결코 운수 좋은 날이 아니었다. 나의 하루를 돌아보니 농삿꾼인 나에게 오늘은 소소하게 '기분 좋은 날'이었다. 밭에서 갓뽑은 알타리무를 서울로 급히 택배로 보낼 일이 있었다. 인근 팔봉우체국을 들렀다가 이왕 나온 김에 잘 됐다하고서 이발소를 찾아갔다. 가을걷이다 뭐다 하느라 머리를 깎을 때가 지나도 한참 지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거 뭐냐? 오늘따라 '정기 휴일'. 저만치서 정원을 손질하고 있던 이발소장님이 나를 보고서 머리를 깎아주겠단다. 머리를 깎고 보니 앗차! 이발요금이 없다. 이발 계획이 없어 현금을 챙겨나오지 않았다. 도리없이 이발 요금을 외상으로 긋기는 난생 처음. 겸연쩍어 하며 나오려는데 이발소장님 말씀 : "과꽃, 꽃씨..
귀촌일기- 부부의 물물 교환 처서로 절기가 바뀌었다고 더위가 가신 건 아니다. 더 덥다. 삐뚤어진다는 깍다귀의 주둥이도 기어이 추석 송편은 먹고야 물러가겠다고 더 극성이다. 퇴근시간이 가까워 온다. 가지나무에서 가지를 딴다. 청양고추를 몇 개 딴다. 호박잎 서너 줄기를 걷는다. 애호박도 있다. 저녁 밥상에 ..
귀촌일기- 휴가보상비,연말정산의 추억을 돌려다오! 70년대,80년대 회사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년말의 휴가보상비의 맛을 안다. 근속년수가 늘어날수록 자동으로 늘어나는 연차휴가에 매달 하나씩 나오는 월차 등 이런저런 휴일을 모아두면 일당을 날수로 계산해서 절묘하게 그것도 년말에, 해마다 크리스마스 즈음에 현찰로 받는 두툼한..
'오라이'의 추억(2) 흐르는 세월에 전쟁도 향수로 남는가. '출근 전쟁'을 떠올리며 오늘 추억 여행을 갔다. 태안 터미널에서 신진도까지 태안여객 버스로 왕복이다. 채석포와 연포를 둘러 안흥을 거쳐 신진대교를 지나 신진도 저 끄트머리가 종점이자 반환점이었다. 9시 50분 버스가 10시가 넘어 출발했다. "병 고치느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