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어촌계

(29)
"마누라 심부름 왔씨유~" 집사람이 이틀 걷기운동을 걸렀더니 전화가 걸려왔다. "요즘 왜 운동을 안 하슈? 혹시나 해서, 안부전화 했씨유." 안마을 김 계장 부인이었다. 집사람이, 실은 배탈이 나서 걷기운동을 쉬노라 이실직고를 했다. 전화가 끝나고... 우리집 현관문을 힘차게 두드리는 사람이 있었다. 바깥양반 김 계장이었다. " 마누라 심부름 왔씨유. 드시고 힘내시유." 하며 전해주고 간 건 바지락 조개와 도토리묵이었다. 동네 사람들의 눈썰미는 무섭다. 멀리서 보는듯 안보는 듯 무심한 듯... 하면서 시야에 두고 있는 것이다. 바지락은 개펄 모래톱에 가면 어촌계 조개밭이 있어 언제든 긁어 와 집집마다 두고 먹는다. 그러나 이런 성의가 쉬운 일인가? 형제보다 이웃 사촌이라는 말이 이래서 나왔을 것이다. 칼바람 엄동설한에 이웃사촌에 ..
밥도둑, 박하지 간장게장 어제 어촌계장이 가져다준 박하지로 담근 간장게장... 오늘 게장 맛을 보았더니... 여름내내 집 나갔던 입맛이 일거에 돌아온다. 본래 게장은 밥도둑이라 했겠다.
귀촌의 맛...삶은 풋땅콩 우리집 서편 샛길 위로 어촌계 김 계장의 땅콩 밭이 있다. 오늘은 땅콩 타작하는 날. 걷기운동길에 마침 잘 만났다. 두어 포기 달랬더니 선뜻 내주기에 받아왔다. 땅콩이 땅 밑에서 알이 영글어 갈 무렵에 캐다가 풋 물땅콩을 삶아 먹는 맛. 계절의 풍미다. 아는 사람만 안다. 이 맛에 해마다 쬐끔 심어 왔는데 올해는 놓쳤던 것.
귀촌일기- 도내나루의 봄(2) 며칠 전 '조개밭은 언제 여느냐'고 어촌계장에게 물어보았다. '진달래가 필 때 바지락이 맛있다'는 말은 여기 와서 처음 듣고 아는 상식이다. 도내나루 앞 개펄 중앙에 조개밭이 있다. 어촌계원에게 이맘 때면 며칠 개방해서 살이 통통하게 오른 바지락을 맛보게 하는데 진달래가 지도록 ..
귀촌일기- 쇠뿔은 단김에 지척 이웃인데도 얼굴보기가 어려울 때가 요즈음이다. 삼복을 지나는 농부들에겐 새벽부터 바쁘다. 논두렁 풀 깎고, 물꼬 바꾸고, 웃거름 하고, 어촌계 종패작업... 해야 할 일이 어디로 가는 게 아니어서 동창에 어둠 사라지기를 기다려 나부대기 시작해야 반절이나 할까. 오랜 만에 새벽..
귀촌일기- 오늘 점심은 바지락 조개탕 "나, 그쪽으로 걸어갈 겅께 나우씨유잉." 옆에서 들려오는 전화통의 목소리는 '옥향 할매'였다. 중간에서 만나자는 이야기는 뭔가 무거운 걸 들고 온다는 이야기다. 바지락 조개다. 어촌계에서 도내나루 앞 갯벌의 조개밭을 개방하여 아침나절에 다들 바다로 나가 조개를 긁었다. 우리집..
귀촌일기- 어촌계 패션, 바지락 종패 작업하는 날 바지락 종패 작업을 한다는 어촌계 방송이 어제 있었다. 올해는 마지막 종패작업이란다. 해무가 깔린 이곳을 돌아서 내려가면 도내나루다. 개펄이다. 어구를 갖추고서 종종걸음으로 어촌계원들이 모여든다. 아침 7시. 압도적 다수에 완전무장한 아낙네들. 그리고 화려한 패션. 어쩐지 남..
귀촌일기- 한번 들어보세요, 어촌계장님의 바지락 작업 공지방송 한가위 명절이 지났느뇨. 개펄 바지락 작업이 급하다. 어제는 농촌, 오늘은 어촌 갯마을. 어촌계 방송이 온동네를 쩡쩡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