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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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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 일 삼아 놀이 삼아 입동이 코 앞, 상강을 지나면서 무서리가 내려도 몇차례나 내렸는데도 알토마토 한 그루는 건재하다. 쉬임없이 열어준다. 기특하다. 한동안 가차없이 날아들던 날새들이 왠지 요즘 뜸하다. 굳이 우리집 감나무 홍시가 아니라도 여기저기 들릴 데가 많은가 보다. 익어가는 가을... 서두를 것 없다. 눈에 보이면 오다 가다 몇 개 씩 딴다. 일로 삼으면 힘이 든다. 만추의 묘미는 이런 것.
평석에 앉아서 햇살이 비켜드는 이른 아침 시간이 일하기에는 참 좋다. 상쾌하다. 생기가 돈다. 그 시간에 밭에 나간다. 보이는 게 일. 밭에 가면 무슨 일이든, 할 일이 있다. 오늘은 대파밭과 쪽파밭에 잡초를 뽑았다. 철 지난지가 언젠데 '날 좀 보소!'하며 아직도 달려나오는 알토마토를 본 김에 따주었다. 흩뿌려둔 얼갈이배추도 솎아주고.
보라색 무 씨앗 뿌리다 알토마토 마른 가지를 뽑아내고 그 자리에 자색무 씨앗을 뿌렸다. 보라색 자색무를 굳이 심어보는 까닭은 그져 컬러 푸드라는 점이다. 채마밭을 일구는 재미다. 종자값이 뽄대없이 비싸 한 구멍에 두 알씩 꼼꼼하게 넣었다. 씨오쟁이에 잘 간수해두었다가 내년 이맘때 뿌려도 된다. 올해 뿌린 대왕무도 작년에 남겨두었던 종자다. 열흘 새 숨바꼭질하듯 용케도 비와 비를 피해가며 알타리무, 대왕무, 남도갓, 청갓, 배추모종, 대파 등 부지런히 뿌리고 심었다. 내일 쪽파만 심으면 김장 대비는 끝이다.
토마토 따는 날 익을대로 익은 토마토가 밭에서 한꺼번에 쏟아졌다. 토마토 모종을 심을 때마다 적게 적게... 심는다 다짐을 하면서도 되질 않았다. 해마다 이맘 때면 겪는 광경. 올해도 소나기 출하다. 방울토마토, 대추토마토는 딸 사람이 없다. 오로지 심고 물 주어 가꾸는 재미였다.
토마토 , 첫 수확하다 처음으로 오늘 토마토를 땄다. 지난 봄에 읍내 모종시장에서 모종 아지매가 권하는대로 대충 사다 심은 게 다섯 종류다. 그 중에서 오늘 처음 수확한 건 세 가지다. 방울토마토와 흑 알토마토는 아직 덜 익었기에 며칠 기다려야 한다. '토마토가 빨갛게 익어가면 의사의 얼굴이 파래진다'는... 과장이 지나쳐 다소 허풍스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만큼 몸에 좋다는 뜻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토마토의 계절. 이걸 누가 다 먹나?
요란했던 장맛비 첫 장맛비 치곤 요란했다. 호우에 비바람까지 동반했다. 예고가 있었던터라 단도리를 한답시고 했으나 넘어져 쓰러지는 건 쓰러지고 뿌러지는 건 뿌러졌다. 캐두고서 미처 거두어 들이지 못했던 감자가 밭에 그대로 있었다. 하얀 감자가 하룻밤 비바람에 씻기고나니 더 뽀예졌다. 그 새 알토마토와 대추 토마토가 발갛게 익어간다. 덜익은 파프리카가 제 무게를 못이겨 몇 알 굴러 떨어졌다. 떨어지는 녀석이 있어야 익어가는 놈도 있다. 첫 장맛비에 뒷북. 아무런 일이 없었 것처럼 지줏대를 다시 세우고 묶어주었다. 햇살을 받아 지열이 올라온다. 땀 난다. 바야흐로 곧 삼복이다.
귀촌일기- 파프리카 계절의 아침 식탁 올해 파프리카 농사는 전혀 뜻밖이다. 해마다 채마밭 구색으로 몇 포기 심는 파프리카라 실은 그다지 기대가 컸던 것도 아닌 한편으로 빨강,파랑 노랑은 고사하고 피망 모양새라도 두 서너개 달려주면 그저그렇커니 하며 별 생각없이 그동안 따서 먹었던 것. 그런데 올핸 다르다. 5월 초..
귀촌일기- 비 온 다음 날의 하루, 또 비가 온다네... 해바라기. 잡초를 깎다 말고 볼수록 허전하다. 올해 모처럼 심은 해바라기는 나를 실망시켰다. 울타리 강낭콩이라고 종자를 사다 심었더니 땅딸보 얼룩이 강낭콩이었고 시원스레 훤칠한 키에 해를 따라 고개를 숙인 해바라기를 생각했는데 가분수 난장이이다. 신품종 종자 개량이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