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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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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리무의 변신 강추위를 앞두고 채마밭을 정리했다. 알타리무를 밭에서 뽑아다 며칠 전, 읍내 사는 집사람의 친구 몇 분에게 차에 실어다 나눠주었더니 오늘, 알타리무 김치가 되어 돌아왔다. 농사 지어 나눠먹는 맛... 농부의 즐거움이다.
<선김치>의 맛...귀촌의 맛 란 얼렁뚝딱 해서 먹는 김치다. 나물과 김치 중간 쯤인데 끓는 물에 데쳐서 만드는 속성 김치로 주부의 지혜다. 밭에서 무나 배추를 솎을 때 생기는 어린 채소를 버리기가 아깝다. 도회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귀촌의 맛이자 멋.
가을 김장채소...물 주고, 웃거름 하고 가을 채소라 함은 김장용 채소다. 열흘 전에 심은 김장배추, 김장무, 알타리무, 쪽파, 대파와 꽃상치와 청상치 들이다. 그동안 싹이 트고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땅힘이 그만큼 중요하다. 오늘도 물을 주었다. 기온이 다소 내려갔다곤 하나 가을 햇살이 살아있다. 오늘이 추분이다. 멀리서 물조리개로 물을 나르다 보니 덥다. 웃옷을 벗어 매실 가지에 걸어 두었다. 물통을 굴러 와서 아예 옮겼다. 훨씬 편해졌다. 내친 김에 웃거름을 했다. 봄에 비닐 멀칭을 할 때 퇴비를 넣었으나 추비를 한 것이다. 이젠 무럭무럭 자라는 일만 남았다. 사나흘에 한번씩 물 주고 대왕무는 솎아줘야 한다.
알타리무,쪽파 심기...귀촌농부의 김장 풍속도 그저께 대왕무 종자를 넣었다. 어제는 배추모종을 심었다. 오늘은 알타리무 종자를 뿌렸다. 씨 쪽파도 심었다. 김장 준비다. 올해는 철저히 먹을 만큼만 심기로 했다. 해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막상 씨앗을 넣을 때면 나도 모르게 양이 불어났다. 나중에 생산량이 남아돌아 나눠주느라고 애를 썼다. 해가 돋는 이른 아침부터 서둘렀다. 어제 모종시장에서 배추모종을 살 때 모종아지매가 덤으로 얹혀준 꽃상치도 마저 심었다. 이제 남은 건, 대파 모종을 심는 일만 남았다. 내일 안면도 갔다오는 길에 모종시장을 들러 대파 모종 한 단을 사오면 된다. 넉넉히 밭을 일구어 놨으므로 마음이 든든하다.
알타리무 그리고... 풍성함에 대하여
秋分을 지나며 동쪽에서 아침 햇살이 비켜든다. 이마에 닿는 공기가 시원찹찹하다. 가을이 깊어간다. 날로 날로 잎 채소 자태가 다르다. 김장 배추. 김장무. 알타리무. 자색무. 쪽파는 어제, 오늘은 대파밭에 웃거름을 주었다.
김장...요란하게 해야 하나? "배추 두어 포기 뽑아다줘요. 무, 쪽파도... 알타리도요." "소금도 좀 퍼다주고요." 집사람의 잇단 주문에 따라 채마밭 돌계단을 서너 번 오르내리며 부지런히 갖다 날랐다. 재빨리 소금 장독에서 왕소금도 덤뿍 퍼왔다. 알타리무 씻을 땐 소매 걷어붙이고 나도 한몫 거들었다. 하룻밤을 새고 오늘 아침에 탁자 위를 쳐다보니 자그마한 플라스틱 통 속에 이미 쏙 들어가버린 김장. 배추 김치와 알타라리무 총각김치, 두 통. 집사람과 나, 단 두 식구에 간단명료한 올해 우리집 김장 풍속도. --- '배추는 밭에 있겠다 먹을 만큼만... 그때그때. 조금씩.' - - - 큰소리 치는 뒷면에 든든한 '빽'이 있기에 가능한 일. 김장 김치, 묵은지 먹고 싶을 땐 언제든지 말하라는 돈독한 이웃사촌이 있다.
오늘, 나머지 알타리무를 모두 뽑았다 오늘로서 나머지 알타리무를 전부 뽑았다. 집사람이 정한 행선지를 향해 김장철 때 맞춰 이젠 모두 떠났다. 알타리무 뿐만 아니라 맷돌호박, 검정호박, 누렁호박도 어디론가 덩달아 함께 떠나갔다. 씨를 뿌려 가꾸어 기르는 건 내몫, 나누는 그 다음 일은 집사람이 알아서 한다. 농가월령가에 따라 철이 되면 씨앗을 챙기며 기르는 재미... 이게 나의 보람이다. 맛있게 먹었다는 회신이 더없는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