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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롯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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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일기- 갈대숲이 사라졌다 16년 전, 2003년 내가 도내리에 집터를 장만해 집을 짓고 있을 때 이 마을에서 28년 이장을 하셨던 분(버갯속 영감)이 '이 골짜기를 어떻게 알고 찾아오게 되었냐?'고 아주 신기하게 생각하면서 몇번 되물었다. 충청도 오지 중에 오지, 도내리 중에도 안도내, 육지의 끝이었다. 그 바로 이태 ..
귀촌일기- 꿩,청설모,고라니가 있는 길 어젠 까투리 장끼에 혼비백산했다. 바로 옆에 가서야 제풀에 놀라 갑자기 푸드득 하고 날아오르는 바람에 내가 놀란 것이다. 오늘 아침에는 청설모 수십 마리가 소나무 가지를 타고 떼지어 놀았다. 입춘이 지나자 산새들의 지저귐도 윤기가 흐른다. 도내리오솔길은 야생 동물들의 놀이터..
귀촌일기- 도내리 오솔길 예찬 추위를 더 느끼는 건 기온이 낮아서가 아니라 바람이 부는 날이다. 체감온도라는 말이 이래서 나왔나보다. 아침나절에는 바람이 자다가 해가 중천에 와서 서쪽으로 기울 무렵에는 영락없이 바람이 인다. 마당에는 바람끼가 없다가도 대문을 나서는 순간 바람이 세다는 걸 느끼면 앞뜰로 ..
귀촌일기- 솔밭 오솔길을 걷다 개화기 때 우스갯 이야기이지만, 평생 '군자는 대로행'을 외치던 시골 선비가 한양에 왔다가 어쩌다가 전차에 치일뻔 하고 놀라서 한 말은... "군자도 때로는 소로행이라." 꼬불꼬불 소롯길을 걷는 즐거움. 아늑하고 오붓하고 따뜻하다. 겨울의 한길은 춥다.
귀촌일기- 7월은 산딸기의 계절 산딸기가 지천이다. 소롯길을 걷다보면 곳곳에서 선명하게 눈에 띈다. 초록 천지에 빨강색이기에 더더욱. 딸기가 익어간다. 오늘이 7월. 어느듯 유월이 가고.
귀촌일기- 농사, 보이는 게 일이다 배꽃봉오리. 요즘 농촌 일이란 두서가 없다. 보이는 게 일이다. 트랙터 밭갈이를 대비하여 거추장스럽게 뻗어나간 매실나무 가지를 톱으로 미리 잘랐다. 사과나무 전정은 어제 끝냈고 배나무는 오늘 마무리. 서쪽의 토마토 밭도 정리. 동쪽 밭은 우리 땅인데 일부 농로가 되어 농기계들이..
귀촌일기- '쌀 썩은 여' 바로 저기! 쌀 썩은 여. 칼날같은 시커먼 바위들. 礖(여)는 썰물일 때는 바닷물 위에 드러나고 밀물일 때는 바다 밑에 잠기는 바위를 말한다. 암초다. '쌀썩은여전망대' 안면도에 갔다가 관광 안내판을 보고 희한한 지명, 이런 곳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이정표 따라, 비포장 도로를 달리..
귀촌일기- 마늘밭의 불청객, 고라니 고라니 체력단련장이 되어버렸다. 지난 초겨울 양배추를 뽑아낸 자리를 트랙터로 갈아두었던 밭이다. 포슬포슬 흙이 보드라워서 고라니들이 뛰어놀기에 딱 좋다. 고라니 떼들이 밤새 놀고 갔다. 발자국이 선명하다. 어디서나 고라니들은 무리를 지어 다닌다. 요즈음 마늘밭이 비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