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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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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50년 누구나 그날이 엊그제 같다고들 하더라. 지나고 보니 나도 그렇다. 50년 세월... ... 마당에 대봉 감나무 한 그루.
立冬을 지나며... 아, 세월은 잘 간다♪ 언뜻 잠결 창가에 비치는 하얀 달빛이 끝내 새벽잠을 깨운다. 엊저녁 해거름이었다. 이화산 마루에 걸린 석양을 마치 밀어 내기라도 하듯 동천 팔봉산 능선에 보름달이 떴었다. 한로 상강이 지났는가 했더니 하룻밤새 무서리가 내렸다. 입동. 4계절 24 절기는 여측 없이 돌고 돌아 올해 또다시 겨울의 문턱이다. 마음이 바쁘다. 농군의 하루는 짧고 할 일은 많다.
세월의 입덧? 대장내시경 후유증 며칠 전 정기검진, 대장 내시경에서 용종을 시술했는데 후유증에 고전 중이다. 병원에서는 일러주지 않았다. 집사람이 읍내 재래 시장에 나갔다가 주위의 경험담을 줏어 들으니 그런 현상이 있다고들 한다고 전한다. 마치 임산부의 입덧같은... ... ... 세월의 입덧인가, 잔 병도 생기고 후유증도 길어진다?! 오늘도 운신해서 두 번 앞산 솔밭길을 걸었다. 바람이 불어 찬 날은 솔밭 오솔길이 제격이다. 가을은 나날이 깊어 가고 앞마당 감나무에 대봉과 단감은 날로 익어가고...
10년 전, 수선화를 보면서 앞 마당에 수선화가 피었다. 10년 전에도 그 자리였다. 석류나무, 감나무도 그 자리. 돌 물박지도 그대로. 개나리 울타리도 노랗게 그대로. 달라진 게 없다... 달라진 건 나. 주름살이 늘었다.
'때가 됐시유~' 뒷 모습이 누군가 했더니 수리계 김 계장이었다. 도내저수지 뚝방을 걷다가 만났다. 차를 대 놓고 열심히 전기 모터 펌프에 고무 호스를 연결하는 배관작업을 하고 있었다. 내가 다가온 인기척을 알고 일어서며 겸연쩍게 하는 말: "또, 때가 됬씨유!~" 작년이 어제 같은데 벌써 또 다시 모내기 철이 돌아왔다는 말이다. 나만 그런 가 했더니 세월 빠르 긴 다 마찬가진 모양.
화분 무게, 세월 무게 마당에 있던 구아바 화분을 마침내 실내로 옮겼다. 화분 무게가 보통이 아니다. 본시 아열대 식물이라 봄이면 마당에 내놓고 겨울이면 현관 안에 들여놔 월동을 시키는 일이 갈수록 성가시다. 읍내 중국집에 갔더니 입구에 송구영신 눈사람 장식이 있었다. 세모 기분이 났다. 옳커니! 구아바를 성탄절 트리로 한번 만들어 볼까? 찾아보면 집 어딘가에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품이 있을 것이다.
'소금이 왔다'는 의미 금세 또 한 해가... 천일염 20키로 소금 한 포대가 왔다. 소금이 오면 올해도 다갔다는 생각이 든다. 작년에 온 소금부대가 아직 그대로 있는데. 읍내 외출에서 돌아오니 현관 앞에 배달되어 있었다. 농협에서 '조합원 환업사업'이라며 해마다 이맘 때면 나눠주는 소금이다. 김장때 쓰라는 뜻이다.
비 오는 날 화실에서 강물을 빗질하는 다리. 흐르는 강물이 세월인가, 징검징검 내딛는 징검 돌다리가 또한 세월이렸다. 얼마나 빠르면 칼빗질 한다고 했을꼬. 5년 전, 운재 정운성님이 우리집에 오셨을 때 스케치북에 의 시 한 귀절을 방문 기념으로 남기고 가셨는데 오늘 화선지에 모사해보았다. 라는 시는 1962년 진주 영남예술제(현, 개천예술제)에서 고등학교 재학중 일반부 백일장에 참가하여 장원을 수상한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