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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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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별곡 새벽 안개가 두껍게 낀 날은 서너시간 지나야 햇살을 알아본다. 처서가 지났건만 중천의 태양은 사정없이 작열한다. 그래서 이른 아침에 서둘러 하루 일은 대충 끝낸다. 부부는 일찌감치 경운기에 몸을 싣고 어디론가... 한 남정네는 약통을 메고 밭두렁에서... 저 멀리 한 양반은 논두렁에서... 바쁜 하..
어느 부부의 담소 여명을 걷고 해가 솟는다. 한껏 북으로 올라온 해다. 이젠 남으로 남으로 내려갈게다. 그런데 오늘은 특별한 날. -축 16강
동구밖 봄나들이 버갯속 영감님의 첫 봄나들이입니다. 요양사가 영감님이 손짓하는대로 휠체어를 밀었습니다. 영감님 할멈은 일찌감치 논에 나와 잔일을 하고 있습니다. 자식과 며느리가 말려도 가만있질 못합니다. 내가 보기에 그 일은 별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트랙터로 논을 갈 때 어차피 잘게 잘려서 거름이 될 ..
나는 바다를 볼거야
정시 출근 이놈 이름을 모르겠다. 굴뚝새인듯 하나 아니고 산비둘기는 더더욱 아니다. 우리집에 찾아오는 새 중에서는 덩치가 있다. 이놈은 매일 아홉시 정시 출근이다. 딱 한 마리만 온다. 독신인지 기혼인지 부부로 교대 출근인지도 모르겠다. 떼거리로 몰려온 적은 한번도 없다. 겨우내 홍시를 대접했다. 꼭지..
함께 산다는 것 애잔... 그래도 내 영감...
귀촌일기- (10)정 정 (10회) 버갯속 영감과 대화는 주거니 받거니 아기자기한 맛은 없다. 영감이 주로 말하고 나는 듣는 편이다. 영감의 표현대로 영감은 ‘귀먹쟁이’이다. 귀에 바짝 갖다 대 소리를 크게 내야 한다. 두 팔은 물론 때로는 온 몸을 동원한다. 희한하게도 전화 통화는 거의 다 알아듣는다. 나..
귀촌일기- (9)악우 악우(惡友) (9회) “나, 얼릉 가야 헌다니께...” 버갯속 영감이 숨 가쁘게 말했다. 선걸음에 갈 참이었다. 손에는 달랑 호미 한 자루를 들었다. “오늘 말이여. 지슴매야 허거덩...” 영감은 어딘가 김매러 가는 길이었다. 나를 보자마자 할 일부터 챙기는 영감을 나는 멀건이 쳐다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