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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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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일기- 따로 따로 걸었다 팔봉산은 녹음이 짙은 여름이나, 단풍이 든 가을이나 멀리서 보기에 별 차이가 없다. 팔봉산은 암석 산이다. 봉우리가 여덟이라서 팔봉인데 숫자를 세다보면 9봉으로 보일 때도 있다. 주봉은 제3봉이다. 능선이 오늘따라 눈이 시리도록 또렷하다. 겨울이라 그렇다. 오늘도 걸었다. 팔봉산 ..
귀촌일기- 미꾸라지 통발 철수는 언제? 만종...이삭줍기... 앞뜰 수로에 미꾸라지 통발을 보러갔다가 멀리서 바섬(바심,추수)중인 농부가 눈에 띄었다. 다가 갔더니 3만 평이 넘는 논을 부부가 콤바인으로 처리하고 있었다. 손에 쥐고 있는 리모콘 하나로 만사 OK였다. 쌀 생산 장비는 날로 진화하는데 쌀 소비는 제자리 걸음이라...
귀촌일기- 80대 부부의 마늘 캐기 "그려...오늘부터 시작이유." 나에게 이렇게 말하면서 웃었다. 농촌에 사람이 없다. 품삯 주고 놉을 사고 싶어도 일 할 사람이 없다. 마늘 캐기는 동시에 하는 일이라 품앗이도 안되고.
귀촌일기- 가을비 내리는 날의 삽화 '아이고머니나!' 새벽잠을 헤메는데 홈통 빗물 소리에 화들짝 잠을 깼다. 빗소리 만은 확실했다. 어제부터 야콘을 캐기 시작했는데 날도 저물어 '에라 모르겠다, 내일 하자'며 하우스에 들여다 놓지 못한 야콘이 밭에 널부러져 있을 터였다. 이렇게 새벽같이 비가 올 줄은 몰랐다. 자연현..
귀촌일기- 직박구리 부부가 노리는 건? 무화과가 쩍 벌어졌다. 잘 익은 첫 홍시다. 어떻게 알고서 벌이 날아들고 온갖 텃새들이 찾아든다. 사람도 먹고, 벌도 먹고, 직박구리 부부도 먹고.
귀촌일기- 부부의 물물 교환 처서로 절기가 바뀌었다고 더위가 가신 건 아니다. 더 덥다. 삐뚤어진다는 깍다귀의 주둥이도 기어이 추석 송편은 먹고야 물러가겠다고 더 극성이다. 퇴근시간이 가까워 온다. 가지나무에서 가지를 딴다. 청양고추를 몇 개 딴다. 호박잎 서너 줄기를 걷는다. 애호박도 있다. 저녁 밥상에 ..
귀촌일기- '고추장 담그는 날'의 대화 "이걸 누가 다 먹누?" "누가 먹겠슈?" 해마다 같은 질문에 똑같이 되돌아오는 반문이다. 덤덤한 대화는 계속된다.
귀촌일기- 80대 부부의 거리는 몇 미터일 가 매일 우리집 뒤를 오가시는 80대의 부부. 물때에 맞춰 바다로 가고 바다에서 돌아오는 길이다. 개펄에서 바깥양반은 낙지를 잡고, 안사람은 굴을 딴다. 오손도손 얘기도 해가며 나란히 걸어도 좋으련만 영감님이 멀찌감치 앞서 걸어간다. 영감 할멈이 나란히 걷는 걸 한번도 못봤다. 오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