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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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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露, 내가 만난 가을꽃 앞뜰을 걷다 보면 만나는 야생초, 들꽃. 찬이슬 내리는데 만발이다. 누가 보라고 피는 게 아니다. 여름내내 줄기차게 피던 메꽃과 달맞이꽃 무리들은 이미 꽃잎이 작아지고 말라 하염없이 스러져 간다. 우리집 마당에도, 차고 뒤켠에도 눈에 띌듯 말듯 작은 꽃들이 피어 있다. 봄부터 피던 꽃들이다. 가을에 피면 가을 꽃이 아니던가. 채마밭에서는 호박꽃이 새삼 "날 좀 보소!" 하네.
개펄에 백로 날다 서해바다 가로림만의 남단. 도내나루 앞 개펄에 쌍섬... 해질 무렵에 갯골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논에 있어야 할 백로가 여기에. 그림 같다. 사방 천지가 자연 그대로다. 이화산 능선 저 너머로 태안반도 원북, 이원, 만대. 멀리 오른 편으로 긴 굴뚝에 하얀 연기는 태안화력발전소다.
가뭄 해갈, 택(턱)도 없다 밤 중에 한 때 빗소리가 요란했었다. 어제 밤에 내린 비... 궁금해서 앞뜰에 나가 보았다. 거북 등처럼 쩍쩍 갈라진 논바닥은 그대로 였다. 저수지 가운데는 물이 말라 섬이 되었다. 그나마 하류라 어디서 날아왔는지 철새들이 물고기 먹이를 찾아 놀았다. 논에는 백로들이 무심히 날고... 강우량이 얼마인지?도 알 수 없다. 가뭄 해갈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장마가 와야 해갈이 되려나. 세상이 하두 하수상하여 장마도 예전 장마 같잖아서...
백로 날다
저 앞뜰에는... 돌아온 백로
백로, 홀로 날다 햇살 따가운 한낮을 피해 앞뜰을 걸었다. 마을 안길 어느집 토끼장 옆에서 서성거리는 토끼 한 놈. 집 나온 토끼다. 날은 저물어가는데 온 식구들이 기다리는 집안으로 되돌아 들어가는 구멍을 찾지못해 안절부절 못하는 모양새. 이 시간에 홀로 유유자적하는 저 백로는 어디가 집일까. 둥지가 있기나 있는걸까?
백로가 있는 풍경 모내기 철이 코 앞. 남정네는 논에서 트랙터로 쟁기질 쓰레질에 바쁘다. 백로가 함께 논다. 아낙네는 밭에서...
백로, 청둥오리, 기러기 언제나 가을걷이가 끝난 초겨울 들판은 황량하다. 백로, 왜가리, 기러기 떼가 어울려 그나마 활기를 준다. 도내수로 저수지에는 청둥오리가 난다. 오늘 아침 해뜰 무렵이다. 쌍섬 방조제를 돌아오는 앞뜰 걷기운동 한 시간 동안 차례대로 만났다. 겨울 철새들의 향연은 지금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