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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일기- 농부라는 이유로 어쩌면 하루 종일 밭에 살아도 모자란다. 하루에 두 번은 일정심하고 밭에 간다. 농부가 밭에 가는 게 무슨 자랑이랴만 무럭무럭 자라는 채소들이 대견하기도 하고 기특해서 나를 즐겁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 가뭄에 물 주는 일이 일 중에 일이지만 벌레도 생기기 시작했다. 시간 나는대..
귀촌일기- 감자 심는 날 어쩔도리가 없어 지난 한햇동안 묵혔던 밭이 변했다. 쑥대밭이 감자밭이 되었다. 이웃의 도움이다. 버갯속영감님 댁 김 계장과 안마을의 젊은 하씨네 부부가 발벗고 나서주었다. 다같이 서로 바빠서 때맞춰 품을 내기가 쉽지않은 농번기다. 퇴비 거름을 흩고 트랙터로 갈아 이랑을 내서 ..
귀촌일기- 도라지를 캐다...더덕,돼지감자도 밭. 온통 풀밭이다. 마른 잡초가 뒤덮고 있다. 얼마나 투텁는지 디뎌보면 이런 쿠션이 따로없다. 그냥 두면 절로 거름이 된다. 잡초밭에도 찾아보면 무엇이 있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나만 안다. 덤불을 걷어내고 파 보면 안다. 여기에는 도라지가 있다. 여긴 더덕이 있다. 여기는 돼지감..
귀촌일기- 봄이 온다 겨울이 완전히 물러간 건 아니지만 이렇게 따뜻한 겨울나기는 처음이다. 햇살이 오르는 아침에 오랜만에 밭에 내려갔다. 지난 가을의 일들이 그대로 있다. 슬슬 움직여야할 때다. 봄이 오기 때문에.
귀촌일기- 복지관으로 간 초하 열무 하짓날 하지감자를 캔 다음날, 다시 밭을 일궈 초하열무를 심었는데 한달 동안 뙤약볕 아래서도 잘 자랐다. 오로지 아침저녁으로 준 물 덕분이다. 오래 두면 질겨지고 마르기에 몽땅 뽑아서 태안 노인복지관으로 가져다주었다. 복지관으로 간 열무와 대파는 그 곳 영양사와 조리사가 알..
귀촌일기- 춘분, 농부의 일상으로 돌아오다 놀러간 여행, 논다는 게 얼마만큼 피곤한지 알겠다. 동남아 노선이 다 그러하듯 밤새 비행기를 타고와 꼭두새벽에 인천공항에 떨어뜨려 놓으면 운전대 잡고서 고속도로를 헤집고 집으로 돌아올 때 피곤이 절정에 달한다. 아이들이 쉬었다 가라지만 내 마음은 그게 아니다. 한사라도 빨리..
귀촌일기- 김장배추 생김치가 벌써... 감기에 걸린 것이 무슨 큰 벼슬도 아니어서 혼자 조용히 묻어두고 있을 일이다. 일전에 바다낚시에서 폭우에 홈빡 옷이 젖고 번개에 놀라고 추위에 떨은 후유증 임에 틀림없다. 하긴 낚시 가기 전에 우중충하게 스며드는 한기가 있어 쌍화탕을 꺼내 두어 개 데워 먹기도 했기에 밤바다 낚..
귀촌일기- 귀촌에도 퇴근길은 있다 8시 반에 출근하면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곧장 현장으로 간다. 대충 정해진 계획대로 일을 한다. 그러나 갑자기 변경될 때가 많다. 집에 들러 점심을 먹는다. 5시에 퇴근한다. 가끔 잔업도 한다. 요즘 나의 이야기다. 출근지는 컨테이너박스 서재이고, 작업장은 밭이다. 3십여 년 몸에 밴 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