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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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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솥을 열었다 새끼 고구마와 옥수수 알갱이. 추수가 끝난 뒤 모아 두었던 자투리들이다. 저장해두면 식량이 된다. 옥수수는 오랫동안 삶아야 부드러워진다. 30분을 1차로 먼저 삶은 뒤 불린 쌀 위에 얹어 밥을 한다. 밥 내음이 구수하다. 지난 한 해를 생각한다.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은 큰 데서만 있는게 아니다.
'와룡'이 서둘러 돌아온 까닭은? 서울 갔던 '와룡'이 서둘러 내려온 까닭은? 밭에서 갓 딴 옥수수. 밥풀 묻은 옥수수 때문. 얼룩이와 흰 거. 어느게 더 맛 있을까. 밥할 때 밥솥에 넣어 먹는 옥수수는 이맘 때가 좋다. 하루가 다르다. 시간이 지나면 알이 굵어지고 굵어지면 여물어서 딱딱하다.
밥솥에 찰옥수수
밥솥을 열어봤더니... 거실에 저편 주방쪽에서 딸랑거리는 소리가 났다. 밥이 익을 무렵이면 밥솥에서 흔히 듣는 소리다. 오늘따라 고소한 옥수수 내음을 선창으로 알 수 없는 구수함의 합창. 밥솥을 열 때 와서 보라기에... 집사람의 신호에 맞춰 가보았더니 밥솥 안의 경치. 예술작품이 따로 있나... 지난 여름 내내 발걸음 재촉하며 내 손으로 재배한 작물들이다.
풋팥 까기 어제 해거름 무렵에 안마을 옥향할머니가 밭일에서 돌아가던 길에 풋팥을 한 봉지 주고 가셨다. 밭에서 갓 딴 것이다. 노니 염불 한다며 점심 먹자마자 둘이 마주앉아 깠다. 손톱 끝이 아리아리 해지면서 꽤나 인내심이 필요했다. 어쨌던 시작이 반. 덜익은 팥이라 냉장고에 넣어두고서 밥 할 때 한 웅큼씩 꺼내 밥솥에 얹어 먹으면 가을이 저물어가는 이맘 때 이 계절의 풍미로서 그만이다. 귀촌의 맛이란 이런 것. 올해 86세 드신 분의 성의가 또한 보통이던가. 한몸 가누기도 힘드실텐데.
귀촌일기- 지난 여름 이야기...옥수수의 부활 시절에 바뀌면서 내내 여기저기 부산하더니 마을사람들 발걸음이 다소 여유로운 모양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쬐끔 한가롭다. 그렇다고 농촌이란데가 어디 할 일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새들이 죄다 빨아먹었쓔." 산새들을 쫒느라 지친 아낙네는 수수알이 익어 늘어진 수숫대를 점검..
귀촌일기- 밥풀 붙은 옥수수의 추억 밥풀이 옥수수에 더덕더덕 묻어있는 까닭은? 밥을 할 때 옥수수를 위에 얹져서 같이 쪘기 때문이다. 찐 옥수수 맛이야 물론 근사하지만 옥수수 향이 배어든 밥맛도 좋다. 밥풀이 너풀거리는 옥수수에는 향수가 있다. 어릴 적 정짓간 앞에서 가마솥에서 갓 나온 옥수수를 뜨거워 호호 불며..
귀촌일기- 가을 저녁밥상에 고구마밥 말인 즉슨, 우리집 햇고구마. 고구마 캔다고 다들 부산한데 우리 고구마는 아직 덜 영글었다. 별다른 준비없이 뒤늦게 심었기 때문이다. 올핸 고구마를 심을 생각이 아예 없었는데 고구마 순이 남았으니 가져다 심으라는 뜻밖의 옆집 아주머니의 제안에 못이겨 감자를 캔 자리에 달랑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