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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둥이 박
박 2 + 호박 1 올해 박 농사와 호박 농사는 소박했다. 박 둘, 맷돌호박 하나.
홍준표, 대박과 표주박의 차이? 야당 대선 후보라고? 지금보니 홍준표, 정치를 잘못 배웠다. 지도자의 길은 정치공학의 꼼수나 말장난 술수로 완성되지 않는다. 박이 익어간다. 해가 저문 거실 앞창을 빨리 닫지못하는 이유는 앞마당에서 들려오는 풀벌레들의 합창때문이다. 가을이 깊어간다.
대박을 수박끈으로... 홍시도 홍시지만 초가을 우리 시골의 서정은 역시 박이다. 올해 박이 두 개 열렸다. 여름이 익어가자 하루가 다르게 배가 남산만하게 불러온다. 대박 조짐이다. 처마밑에 녀석은 데크 난간에 닿아 걱정을 덜었으나 뒤안에 능소화 가지를 타고 올라간 놈이 문제다. 지 무게에 금방이라도 우지끈 뚝 끊어져 떨어질 것만 같다. 생각난 게 비닐 수박끈. 읍내 과일가게서 얻어온 것이다.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간신히 매달았다. 농촌에 살면 별 걸 다해야 한다.
익어간다는 것...아름답다
능소화 지자 백일홍 핀다 흐드러지게 피었던 능소화는 송이째로 낙화되어 속절없이 졌다. 이젠 몇 닢 남기고 댕그러니 박 만 남았다. 능소화 가지를 타고 박 넝쿨이 기어올랐던 거다. 서편 울타리 끄트머리에 배롱나무에 어느새 빨간 기운이 돈다. 백일홍이다. 능소화 지자 백일홍이 핀다. 얼커렁설커렁 순리대로 어우러지는게 자연이다.
대박의 꿈 겨울에 얼어터져 밑빠진 독이 두 개 있었다. 어떻게 활용하나 생각 끝에 흙을 채우고 박모종을 심었다. 뒤안 능소화 나무 옆과 앞마당의 처마밑 두 군데... 처음 몇 번 단끈으로 줄기를 묶어주다가 저절로 잘 자라기에 한동안 잊고 있었다. 능소화 가지와 얼커러져 높이 뻗은 줄기에 오늘 보니 박이 여럿 열었다. 마당에는 잔털이 보송보송한 새끼 박이 달렸다. 하두 기특하여 웃거름으로 퇴비를 덤뿍 주었다. 대박의 꿈? 생각만 해도 가을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