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매미

(23)
오늘 처음, 매미가 울었다 앞마당의 감나무 가지인지 저쪽 느티나무 등걸에서 인지 기운차다. 도시 아파트촌 매미 떼처럼 극성스럽고 호들갑스럽지 않다. 매미소리가 들려오면 여름이 무르익어간다는 이야기... 삼복을 지나면 매미 소리도 제풀에 지쳐 늘어질 대로 늘어질 거다. 쓰르라미가 되어. 바람 한 점 없다. 햇살이 날 듯하더니 다시 우중충한 하늘. 날씨 낌새를 보아하니 이런 날은 찐다. 오늘은 움직이고 싶지 않은 날이다. 그래도 그럴 순 없어 아침나절에 서둘러 밭에 내려가 푸성귀 몇가지를 따왔다. 애호박 하나가 눈에 띄었다. 크기도 적당하고 탐스럽다. 행장을 갖추어 나서기가 귀찮아 걷기 운동을 쉬었다. 여하간 하루죙일 늘어질 대로 늘어진 한가로운 하루... 찜통더위 여름 한철에 빈둥빈둥 이럴 때도 있어야지.
'장떡 방아부추전' 부추보다 소풀이라 불러야 정감이 간다. 열흘 전에 화끈하게 깎아주었더니 금새 자란 소풀. 물을 제때 자주 준 덕분이다. 토실토실 오동통하다. 삼단 머리가 따로 없다. 소풀전에는 방아가 들어가야 제맛! 된장이 가는 곳에는 방아가 따라간다. 살짝 된장맛에 어우러진 방아 향. 장떡 방아소풀부치개 이 맛. 그토록 극성맞던 매미소리는 한물 갔다. 방아깨비가 뛰고 잠자리가 난다. 여치가 날아들고. 어디선가 곧 당랑거사가 등장하면 서서히 가을은 완성된다.
아! 밤송이에 가을이...벌써 아랫밭으로 내려가는 돌계단 옆에 밤나무. 보았더니 밤송이에 어느새 가을맛이 든다. 가는 여름을 되붙잡으려나 매미떼는 도처에서 울어제끼고.
아, 7월은 갔습니다 햇살이 너무 좋다며 오늘따라 마당에다 빨래를 널었다. 매미가 운다. 온통 매미 소리다. 어느 한녀석이 하두 요란하기에 찾아가봤더니... 감나무 둥치서... 매미 한 마리. 이렇게 7월은 갔다. ...7월은 갔지만 나는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귀촌 농부의 여름나기 오늘도 두 번 소나기가 내렸다. 어제도 그랬다. 중천 하늘에 뙤약볕이 내리쬐다가 돌변하여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창대비를 뿌리고 지나갔다. 한바탕 소나기는 시원하다. 느티나무 어느 가지에서 어렵사리 첫 울음을 터트렸던 매미 한마리가 놀라 조용해졌다. 여름 농부는 하루에 두 번 출근하고 두 번 퇴근한다. 밭에서 돌아오는 농부의 퇴근길에는 무엇이 따라올까? 노지 텃밭이라 태깔이 고울 수는 없다. 들어와 주부의 손길을 거치면 맛깔이 탄생한다. 오늘 처음 딴 햇옥수수. 그런대로 맛이 들었다. 여름이 익어간다.
귀촌일기- 입이 보살...해바라기 종자를 구한 사연 입이 보살...이란 말이 있다. 달린 입이라고 입을 쓰잘데없이 놀리다보면 코 다치는 경우가 있다는 부정적인 의미도 있지만 '입을 놔뒀다 뭐하냐?' 하는 뜻으로 자기 생각을 드러내면 때론 횡재를 하게 된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단골 이발소에 갔다가 해바라기 종자를 얻었다. 이발 중에 ..
귀촌일기- 배롱나무에 백일홍 필 때면... 충절 단심의 표상 백일홍은 해마다 이맘때면 붉게 피었다. 몇날 며칠을 아래로 지나다녔건만 백일홍이 올해 어느새 이렇게 활짝 핀 줄을 몰랐다. 오늘 아침에 아랫밭에서 감자 캔다고 엎드려 있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배롱나무에 백일홍이... 앞마당 느티나무에 쓰르라미가 따갑게 울어대..
귀촌일기- 삼복... 바쁘다 더울 땐 늘어져 모두가 쉰다. 그런데 집사람의 노래교실 봉사활동에 여름방학은 없다. 한 주일에 세 곳이다. 화요일에는 노인복지관의 원북 노래교실, 수요일엔 태안의료원 주관의 안면도 교실, 금요일에는 읍내 요양원. '삼복 더위 땐 좀 쉬자.'고 하면 다들 '노래에 무슨 방학이 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