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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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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의 맛...삶은 풋땅콩 우리집 서편 샛길 위로 어촌계 김 계장의 땅콩 밭이 있다. 오늘은 땅콩 타작하는 날. 걷기운동길에 마침 잘 만났다. 두어 포기 달랬더니 선뜻 내주기에 받아왔다. 땅콩이 땅 밑에서 알이 영글어 갈 무렵에 캐다가 풋 물땅콩을 삶아 먹는 맛. 계절의 풍미다. 아는 사람만 안다. 이 맛에 해마다 쬐끔 심어 왔는데 올해는 놓쳤던 것.
무더위? 땅콩 밭의 농부 이런 무더위는 처음이다. 5월인데... 폭염이다. 쉬라구요? 밭둑 아랫쪽을 내려보았더니 이웃 아주머니다. 땅콩밭을 가꾸는 농부의 손길은 한시 반시 쉴 틈이 없다.
농부의 추석 연휴 가을은 햇살이 보약이다. 쨍쨍 내려쬐야 이랫 뜰에 알곡이 영글어 갈텐데. 추석 명절인데 공교롭게도 밤마다 비가 내렸다. 쓰잘데 없는 비다. 그나마 채소에 물 주는 일은 덜었다. 이 일 하다 저 일 하고, 먼저고 뒤고 없다. 농부에겐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게 일이다. 밭고랑이 질척거려도 할 일은 해야 한다. 농부에게 휴일은 없다. 쉬는 시간이 있을 뿐.
추석날 비가 내린다 밭에서 캐서 이틀동안 잘 말린 땅콩을 흙을 털고 일일이 땄다. 어차피 내일 또 해야할 일, 밭두렁에 그냥두고 일어섰는데... 잠결에 빗소리가 크다. 캄캄한 밤중에 밭에 내려갈 수도 없고... 밤새 비가 온다. 좀체로 그칠 비가 아니다. 추석날 내리는 비.
"땅콩 캘 때가 되었구나!" 내려다보니 아낙네들이 땅콩을 추수하고 있다. "아! 벌써 땅콩 캘 때가 되었구나!" 이웃밭을 보면서 남정네가 해야할 일이 뭔가를 안다. 우리밭에도 캐야할 땅콩이 있다. 보름 전쯤 맛배기로 두어 포기 캐봤더니 제법 알이 들었었다. 그런데 아직 잎사귀가 새파랗다. 당장 서두를 일은 아니다.
궁금증도 병이런가? 햇땅콩 맛보기 땅콩밭 옆에 잡초를 깎다가 땅밑에 땅콩이 궁금해졌다. 시절에 맞춰 땅콩을 캐려면 앞으로 한 달은 기다려야한다. 지금 샛파란 이파리가 누릿누릿해져야 캔다. 맛배기로 두어 포기를 캐보았다. 알이 얼마나 잘 들었는지 갑자기 궁금해진 것이다. 제법 여물긴 했으나 지금 한창 자라고 있는 중이다. 캔다고 캔 게 검정땅콩이다. 빨강땅콩, 검정땅콩, 흰땅콩 등 세 종류를 심었던 것. 전자레인지에 4분을 넣었다 꺼냈더니 잘 익었다. 역시 아직 고소한 맛이 덜난다. 옛말에 '고물이 차야 맛이 난다'고 했다.
김 매고 땅콩 심고 토란 모종을 내다 심은 뒤 땅콩 모종이 비닐 하우스 안에 남아있다. 열흘 출타로 조금 늦었긴 해도 애써 만든 모종이니 만큼 하루라도 빨리 밭에 내다 심어어야 한다. 집사람이 거들어 주고 나는 심고... 자연의 힘이란 오묘해서 일단 땅에 심어만 두면 지열과 땅심으로 자라나는 건 시간 문제. 오랜만에 밭에 나온 김에 밭고랑에 잡초도 뽑아주었다. 엊그제 내린 비로 잡초 뽑기가 그나마 수월하다. 봄 햇살이 곱다.
오늘은 雨요일 어제까지 이웃 아주머니들이 다들 서둘러 땅콩을 심는 걸 보았다. 이웃 농사를 보면 내가 해야할 일을 안다. 나도 오늘 땅콩을 심었다. 마침 비가 내린다. 종자를 뿌린 뒤에 내리는 비. 고맙다. 땅콩을 심고나면 까치나 산비둘기와 일전을 벌여야 한다. 용케 알고 날아와 고스란히 파먹기 때문이다. 내리는 비가 날짐승의 습격을 막아준다. 농부에게 요일이 따로 없다. 雨요일이 좋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