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내저수지

(15)
억새와 갈대 공존 지대...도내수로
수리계장, 수문 위로 올라가다 비가 많이 오긴 왔나 보다. 귀촌 20년에 저수지 물을 바다로 방류하는 건 처음 보았다. 방조제 너머로 갯골이 갑자기 급류가 흐르는 강이 되었다. 여름 장마가 가을 장마가 되었다는 둥 하며 올해 장마가 유별나게 길었다. 여기 충청도를 관통한 건 아니지만 수시로 들이닥친 태풍의 여파가 만만치 않았다. 팔봉산 계곡에서 흘러내린 물을 마을 수리계장님이 도내저수지 수문을 작동해 물을 빼기에 이르렀다. 황금 들판이 코 앞이다.
억새는 바람에 흔들리고...
건들바람이 수상하다 흐렸다 개었다 하는 요즘 여느 날과 다름없는 무덥덥한 하루다. 오전에 태안 노인복지회관에서 온 직원들이 하하 호호하며 매실 50 키로를 따 갈 때만해도 햇살이 났다. 오후 서너 시가 지나자 달라졌다. 검은 구름이 두텁게 덮었다. 갑자기 온천지가 시커멨다. 한 줄기 건들바람이 세차게 불며 지나갔다. 나무 잎새가 우수수 소리를 내며 파르르 떨었다. 드디어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쨌거나 시원하게 한 줄기 소나기라도 내렸으면... 얼마나 오려나. 가물었다.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냈다. 이대로면 붕어, 가물치가 뒤집어진다. 지붕에서 물받이를 따라 홈통으로 쏟아지는 소리에 잠을 깼다. 새벽이다.
모내기, 앞뜰은 분주하다 골짜기 아래는 숨가쁘게 엔진 소리만 요란할 뿐 40만 평의 널따란 들녘이 보이질 않는다. 앞 마당을 둘러친 신록이 시야를 막았다. 알뜰에 내려가보면 지금 모내기 준비에 여념이 없다. 트랙터 쓰레질이 한창이다. 가뭄에 도내 저수지는 바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몽리민들이 다투어 동시에 물꼬를 대기 때문이다. 기다리는 비는 오지 않고...
팔봉산, 수문 사이로 조망하다 육중한 콘크리트 철구조물 수문 사이로 팔봉산. 여덟 능선에 아롱아롱 봄이 보인다. 도내수로에는 오리 떼. 어제와 오늘 사이에 산천의 경색이 달라졌다. 봄, 봄. 봄이다.
농촌, 도로공사 완공 법 '올해는 대충 여기 까지만...' 이런 식이다. 도내수로 저수지 호안 레미콘 포장공사가 나흘 만에 끝났다. 200 미터 씩 올해로 4년 째다. 충청도 양반 답게 참고 견디는 농민들이 용하다. 북창 지하차도 쪽에서 어도 방조제 수문까지 1 키로는 내년 이맘 때야 5 년 만에 완공 될 듯. 중앙정부의 교부금 때문일까. 간보기식 찔끔찔끔 농촌 건설행정의 예산 집행법이다. 하긴 재작년 겨우 개통된 '진벌로'도 그렇다. 읍내까지 왕복 2차선 7 키로를 확포장하는데 하다 말다 꼬빡 10년 걸렸다. 그동안 대선, 총선, 지방 선거를 몇 번이나 치렀는지 셀 수도 없다.
새 손님, 도내수로는 지금 녹는듯 다시 얼고 도내수로 저수지는 아직 겨울이다. 한동안 북새통이던 얼음 구멍치기 낚시꾼들이 물러간 짜투리 빙판에 날아온 철새. 오래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어디 선가 오는듯 가고 어디론 가 가는듯 다시 오고... 세상의 이치가 이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