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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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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에 살으리랏다 소동파가 복어 맛에 빠졌다더니 여기 도내 굴 맛을 소동파가 알았더라면. 굴이 제철이다. 이 동네 도내리 굴이 좋다. 오동통하다. 작으나 검고 탱글탱글하다. 감태 철이 지나자 부녀자들이 물 때에 맞춰 살금살금 도내나루 갯가에 나가서 굴을 찍는다. 언제든지 굴을 먹을 수 있다. 잘 익..
겨울의 끝 봄인가 겨울인가. 고니 한무리. 도내수로. 겨우내 두텁게 얼었던 얼음을 깨고서 지나가니 길이 된다. 그 물길을 따라 봄이 온다. 곧 트랙터 밭갈이 엔진 소리가 요란할 것이다. 녹다말다 개여울에 남아있는 얼음이 안쓰럽다. 영하 6도의 우수. 가로림만이 다시 얼었다. 코다리. 24마..
강태공, 송 시선을 생각함 두텁게 얼었던 도내수로가 슬슬 녹고있다. 자연의 흐름은 어쩔 수 없어 봄은 논길을 따라 팔봉산 언덕배기로 나아가고 있다. 강태공들의 짧은 그림자에 얼음구멍치기의 미련이 역력하다. 저무는 한해의 아쉬움인가. 어린이를 데리고 나온 강태공이 발걸음이 더디다. 80년대 초 회..
기러기 떼 날다 구름 안에 해가 있다. 눈이 내릴 건가. 날이 많이 풀렸다. 오늘도 도내리 오솔길을 간다. 수로에 얼음구멍치기 조사가 보인다. 쇠기러기가 소란스럽다. 다가가니 조용하다. 이제 종종걸음에 머리를 치켜들고 잔뜩 긴장한다. 일제히 날아오른다. 논은 다시 텅 빈다.
도내수로와 강태공 '쓰레기 제발'. 도내수로에 장승처럼 이런 글이 쓰인 전봇대가 있다. 팔봉산이 지척인데다 물색 좋고 조황이 좋아 사시사철 꾼들이 끊임없이 찾는 낚시터다. 그러나 일년내내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 마을 경로당 노인들이 바다지킴이를 구성해 종종걸음으로 허리를 꾸부려 치우나 늘 ..
동지, 철새 날다
월동(6)- 매화 그야말로 월동. 동지가 지나면 겨울이 다갔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봄은 저기 있는데. 난분분 진눈깨비에 매화 꽃망울이 여문다. 된서리 서릿발이 내린 새벽. 홍매는 금방이라도 필듯말듯 차라리 고고하다. 앞뜰 수로의 반짝이는 물결. 저무는 햇살이 개나리 울타리를 넘어와 매화..
요즘의 도내수로 “조기 조, 저수지 말이여. 거진 삼만 평이여.” 삼만 평이 얼른 짐작이 가지 않았다. 집에서 내려다보면 일 년 내내 그대로였다. 모내기철에는 양쪽으로 난 수로로 논에 물대기 바빴다. 한꺼번에 물을 빼도 줄지도 늘지도 않았다. 간사지 사이로 길게 뻗은 저수지를 보며 버갯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