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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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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일기- 아낙네 허리가 꼬부라지는 까닭은? 엊그제 내린 눈. 새파란 감태를 멀리서 두고 보노라니 너무 아까워 몰래 긁어왔다. 허리 아픈데 바다에 또 나갔다며 아들이나 남편에게서 매번 혼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두 아낙네의 대화. 눈이 온 뒤에 감태가 달다. 달다는 말은 맛있다는 뜻이다. 도내나루 앞 바다를 가로지르는 개펄..
귀촌일기- 가을 낙지, 박속 낙지 서해 가로림만의 남쪽 끝자락에 도내 마을. 당산 고갯길을 돌아서 내려가면 도내나루가 있고 그 앞이 개펄이다. 질펀한 개펄이 봄철 바지락 캘때는 조개 밭, 한겨울에 굴 찍을 땐 굴 밭이요, 낙지 철에는 낙지 밭이다. 하루에 두 번 썰물이 빠지면 갯벌 바다가 밭이 되는 것이다. 농부가 채..
귀촌일기- 채소열전...식탁은 알고 있다 -나더러 채소만 먹고 사느냐고 한다. 나는 채소를 좋아하는 편일 뿐, 마트에 가면 잊지않고 우씨, 돈씨, 계씨... 고깃근을, 물 좋은 생선을 보러 재래시장 어물전 기웃거리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바닷가라 이웃 좋은 덕분으로 해산물도 풍성하다. 땅에는 산과 들, 채마밭이 있듯이 바다에는..
귀촌일기- 도내나루의 봄(1) 이른 아침 옆집 아주머니가 행장을 갖추어 집을 나서는 걸 얼핏 보았다. 물때에 맞춰 바다에 나가는 것이다. 그렇다. 바다가 있었다. 집 바로 뒤 바다를 등지고 살면서 바다가 가까이 있다는 걸 잠시 잊고 지냈다. 지난 가을 어느날 이후, 올들어 오늘 처음으로 도내나루를 찾았다. 엄동의 ..
귀촌일기- 88세 할머니와 낙지 세 마리 햇살 넉넉한 오후 서너시 쯤인가, 내가 아랫밭에 있는데 등 뒤로 누군가가 부르기에. 옥향 할머니였다. 가끔 그러 했듯 오늘은 달래 캐러 가다가 비닐 봉지에 담긴 낙지 세 마리를 전해주고 갔다. 오늘 아침에 굴 찍다가 보이기에 잡았단다. 그토록 날쎄게 빠른 개펄 낙지가 88세의 할머니 ..
귀촌일기- 햇생강 이젠 춥다. 폭염이니 뭐니 하며 덥다 덥다 하던 그 날들도 불과 두어 달 전이다. 올따라 유난스레 더웠다. 가물었다. 오늘 햇생강을 보니 그 생각부터 든다. 버갯속영감님 댁에서 햇생강이라며 가져왔다. 멀리 팔봉산이 보이고 도내나루로 돌아서 내려가는 곳. 생강밭이 있었다.
귀촌일기- 호미로 낙지 잡는 86세 할머니 "아무리 전활 혀도 전화 안받대..." 하며 서울에서 돌아오자마자 어찌 알고 나타난 할매. 옥향 할머니다. 낙지 한 마리, 망둥어 두 마리에 굴 한 봉지를 비닐 봉지에 담아왔다. "굴 찍으러 갔는디 마침 낙지가 뵈기에 얼릉 호미로 잡았지. 낙지 삽이 있었으면야 서너 개는 잡았을텬디." "많아..
귀촌일기- 달과 가로등, 팔봉산 일출 아침 산책길은 바닷가 도내나루 가는 길이다. 어둠이 덜 가신 싸한 새벽 공기. 하현달에 가로등 불빛. 가다보면 동이 튼다. 팔봉산 능선에서 해가 뜬다. - - - 오늘 하루도 변함없이 이렇게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