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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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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2 격세지감 2004년에 귀촌, 황토 벽돌에 기와집을 지었다. 년 말 완공 무렵에 첫 눈이 내렸다. 공사판 포크레인이 그대로 보인다. 18년이 지난 오늘도 눈이 내렸다. 마당 왼쪽의 느티나무가 아름드리로 자랐다. 기와지붕의 스카이 라인이 감나무와 소나무에 가렸다. 강산이 변했다. 방금 외손녀가 대학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2004년생 바로 이 녀석이다. 어느새 18년이 지났다. 청춘의 계절, 프레쉬맨이 되었다. 나는 오늘 치과에 다녀왔다. 충치를 뽑았다. 그동안 애를 맥이던 마지막 사랑니다. 앓던 이 뽑고 나니 시원하다. 그러나 왠지 섭섭하다.
가을, 남자의 계절이라 했던가?!... 지나가는 바람에 우수수 낙엽이 진다. 아직 단풍 전선이 멀리 있는 줄 알았다. 우리집 마당 느티나무에 어느새 가을이 내려앉았다. 스산하다.
스케치북 안에 들어온 앞뜰
매미 소리 앞뜰은 벼가 익어간다. 마당가 느티나무에서 매미 소리가 늘어졌다. 떼창이다. 매미가 어디에 붙었는지 한 마리도 보이질 않는다. 허기사 굳이 찾아 뭐하리요. 매미도 한 철인 것을.
오늘 처음, 매미가 울었다 앞마당의 감나무 가지인지 저쪽 느티나무 등걸에서 인지 기운차다. 도시 아파트촌 매미 떼처럼 극성스럽고 호들갑스럽지 않다. 매미소리가 들려오면 여름이 무르익어간다는 이야기... 삼복을 지나면 매미 소리도 제풀에 지쳐 늘어질 대로 늘어질 거다. 쓰르라미가 되어. 바람 한 점 없다. 햇살이 날 듯하더니 다시 우중충한 하늘. 날씨 낌새를 보아하니 이런 날은 찐다. 오늘은 움직이고 싶지 않은 날이다. 그래도 그럴 순 없어 아침나절에 서둘러 밭에 내려가 푸성귀 몇가지를 따왔다. 애호박 하나가 눈에 띄었다. 크기도 적당하고 탐스럽다. 행장을 갖추어 나서기가 귀찮아 걷기 운동을 쉬었다. 여하간 하루죙일 늘어질 대로 늘어진 한가로운 하루... 찜통더위 여름 한철에 빈둥빈둥 이럴 때도 있어야지.
평석 위의 낙엽 낙엽 조병화 세월의 패잔병처럼 보도 위에 낙엽이 깔려 뒹굴고 있습니다 나는 낙엽을 밟기가 안쓰러워 조심조심 길을 걷고 있습니다 낙엽은 나를 보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me today you tomorrow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마당에도 가을이... 우수수 느티나무 잎이 바람에 진다. 앞 계단 옆에 모과도 제 무게에 자유낙하했다. 이름 모르는 꽃들... 가을 야생화다. 해마다 그 자리에서 혼자 피고 진다. 우리집 가을은 온통 노랗다.
느티나무 그늘이 명당 슬슬 더워지는 한낮. 밭에서 일을 하다 올라오며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었다. 마당에 느티나무 그늘 아래. 여기가 명당이라는 걸 오늘 새삼 알았다. 아, 시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