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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월령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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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를 지나며 이른 아침, 웬일로 앞마당이 소란스럽다. 배나무에서 푸드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다. 익어가는 단내를 맡고 까마귀 떼가 날아든 것이다. 어제 오늘 하룻새 날씨가 달라졌다. 우수수 바람소리가 스산하기조차 하다. 사방으로 활짝 열었던 거실 창문을 반 쯤 닫았다. 우렁차던 매미 소리도 한 풀 꺾였다. 칠월이라 맹추(孟秋)되니 입추 처서 절기로다. 화성(火星)은 서류(西流)하고 미성(尾星)은 중천(中天)이라. 늦더위 있다한들 절서(節序)야 속일소냐. 비 밑도 가볍고 바람 끝도 다르도다. 가지 위의 저 매미 무엇으로 배를 불려 공중에 맑은 소리 다투어 자랑는고. 칠석에 견우 직녀 이별루(離別淚)가 비가 되어 성긴 비 지나가고 오동잎 떨어질 제 아미(蛾眉)같은 초생달은 서천(西天)에 걸리거다...
소만 사월이라 맹하되니 입하 소만 절기로다 비 온 끝에 볕이 나니 일기도 청화하다 떡갈잎 퍼질 때에 뻐꾹새 자조 울고 보리 이삭 패어나니 꾀꼬리 소리 난다 농사도 한창이요 누에도 방장이라 남녀노소 골몰하여 집에 있을 틈이 없어 적막한 대사립을 녹음에 닫았도다... ... 농가월령가 4월령이다. 오늘은 소만. 여름 맛이 난다. 앞뜰은 온통 모내기에 여념이 없다.
가을비는 오락가락하는데... 구월이라 계추되니 한로 상강 절기로다 제비는 돌아가고 떼기러기 언제 왔노 벽공에 우는 소리 찬이슬 재촉는다... 들에는 조피 더미 집 근처는 콩팥 가리 벼타작 마친 후에 틈 나거든 두드리세... 농가월령가 9월령이다. - - - - - 오늘이 한로, 곧 상강.
4월, 슬슬 모종작업을 시작할 때다 이웃 아주머니의 부지런함에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존경스럽다. 해마다 땅콩을 심었던 밭이다. 올해도 밑거름 비료를 뿌리는 걸 보니 곧 밭갈이가 있을 터. 농사가 그렇다. 부지런한 이웃을 눈치껏 따라하면 씨 뿌리고 거두는데 어긋남이 없다. 이웃 아주머니의 농가월령가에 맞춰 나도 땅콩 모종 만들 준비를 했다. 물에 불려 싹을 틔우는 작업이다. 올 땅콩농사는 처음으로 빨강땅콩, 까만땅콩, 흰땅콩 세 종류다.
오늘, 나머지 알타리무를 모두 뽑았다 오늘로서 나머지 알타리무를 전부 뽑았다. 집사람이 정한 행선지를 향해 김장철 때 맞춰 이젠 모두 떠났다. 알타리무 뿐만 아니라 맷돌호박, 검정호박, 누렁호박도 어디론가 덩달아 함께 떠나갔다. 씨를 뿌려 가꾸어 기르는 건 내몫, 나누는 그 다음 일은 집사람이 알아서 한다. 농가월령가에 따라 철이 되면 씨앗을 챙기며 기르는 재미... 이게 나의 보람이다. 맛있게 먹었다는 회신이 더없는 즐거움이다.
귀촌일기- 입동, 다들 바쁘다 새벽 창가에 비치는 어스럼 새벽 달빛이 왠지 차갑게 느껴진다 했더니 벌써 입동이다. 시월은 맹동이라 입동 소설 절기로다 나뭇잎 떨어지고 고니 소리 높이 난다 듣거라 아이들아 농공을 필하여도 남은 일 생각하여 집안 일 마저 하세 무우 배추 캐어들여 김장을 하오리라 앞냇물에 정..
귀촌일기- 유월이다! 여름이다 <농가월령가>를 굳이 들추지 않더라도 <책력>에 나오는 '이 달의 농사메모'를 보면, 망종인 6월 5일까지 서둘러 모내기를 끝내고, 모낸 논에는 새끼 칠 거름을 주며, 보리는 수확해서 탈곡을 하고, 논두렁콩 빈그루에 보식을 하고, 고추는 담배나방 방제를 하며... ...등등. 이젠 여..
귀촌일기- 남도갓 김치 담그는 날의 대화 성큼성큼 다가오는 겨울. 남도갓 위에도 뽀얗게 서리가 앉았다. 앞으로 담그야 할 김치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마는 남도갓 김치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김장의 시동. 농가월령에 따르는 시골 밥상의 그림이란 부부 합작품이다. 아무말 안해도 네 할일 내 할 일이 정해져 있다. 양념에 뭐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