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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대로... 물결 치는대로... 태안에 살면서도 서산이 가깝게 느껴지는 건 코 앞에 팔봉산 때문이다. 제1봉은 갓머리를 닮았대서 감투봉이라 한다. 우럭바위 2봉을 지나 제3봉이 정상이다. 8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뚜렷하다. 본래 9봉산이었는데 8봉산으로 바뀌자 봉우리 하나가 '구봉 구봉' 하며 울었다는 전설. 동으로 팔봉산이면 남쪽으로 산등성이를 몇 구비를 건너지나 멀리 백화산. 지리산 반야봉이랄가. 바가지 두 개를 무심코 엎은 듯 봉우리만 보인다. 태안의 진산이다. 찰랑찰랑 도내 앞 뜰은 초록 물결. 푹푹 찌는 한더위가 논 벼엔 더 없는 보약. 풍년 예약이다. 마파람에 넘실대며 춤춘다. 일본에서 아베 전 수상이 피살되고, 집권여당 대표가 윤리위에서 낙마했다. 사모관대가 허업이며 반야바라밀다 오온이 개공이라... 감투봉, 반야봉이 다가..
가뭄 해갈, 택(턱)도 없다 밤 중에 한 때 빗소리가 요란했었다. 어제 밤에 내린 비... 궁금해서 앞뜰에 나가 보았다. 거북 등처럼 쩍쩍 갈라진 논바닥은 그대로 였다. 저수지 가운데는 물이 말라 섬이 되었다. 그나마 하류라 어디서 날아왔는지 철새들이 물고기 먹이를 찾아 놀았다. 논에는 백로들이 무심히 날고... 강우량이 얼마인지?도 알 수 없다. 가뭄 해갈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장마가 와야 해갈이 되려나. 세상이 하두 하수상하여 장마도 예전 장마 같잖아서...
세월을 읽는 법 한바탕 왁자지끌하던 모내기가 끝났다. 며칠동안 내린 비로 뽀도랑 물이 넘쳐 앞뜰은 명경알 같다. 물꼬 다듬느라 다들 바쁘다. 가을까지 벼농사의 긴 장정이 시작되었다. 앞산 솔밭길을 돌아오다보니 문반장네 마늘밭은 햇마늘 추수에 들어갔다. 여긴 심고 저긴 거두고... 모두가 엊그제 같은데 또 한 해가. 들판길을 걸어보면 세월을 가는 줄 안다.
귀촌일기- 단기4288년 9월 24일 나의 일기 단기 4288년은 서기1955년이다. 내가 국민학교 2학년으로 여덟살 때다. 일기장 표지에 'No 2'가 쓰여있는 걸로 보아 두 번째 일기장인듯 한데 첫 일기장은 남아있지않아 아쉽다. 64년 전, 1955년 9월 24일, '일가 친척들과 산소에 성묘를 갔다가 돌아올 때는 아저씨 자전차에 실려왔다'는 이야기. ..
귀촌일기- 피사리... 나락에 피 황금 들판이라고들 한다. 나락이 고개를 숙이면서 익어가면 들녁은 노랗게 변한다. 그런 날이 얼마남지않았다. 논길을 걷다보면 논 가운데 멀쑥하게 고개를 쳐들고 튀어나오는 놈이 있다. 피다. 논에 잡초다. 어디에나 이런 녀석들이 있기 마련이다. 피사리는 제때 해야 한다.
귀촌일기- 달맞이꽃 피는 들녘 철 지난 장마가 길다. 장마라해서 줄창 비가 내리지도 않았다. 앞산머리에 걸린 비구름이 이리로 오면 비가 되고 저리로 흩어지면 햇살이 든다. 장마는 언젠가 걷힌다. 바람아 불어라. 달맞이꽃이 핀다. 백로가 난다.
귀촌일기- 장마철에 저수지 준설 농부들은 장탄식이다. 논에 물이 말랐다. 논바닥에 드디어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맘 때는 장마철이다. 비 소식이 없다. 도내수로도 바닥을 드러냈다. 밀려내려온 붕어떼가 더위를 먹었다. 이때다 하며 수로 바닥을 준설하는 기계음이 왠지 답답하다.
귀촌일기- 비가 얼마나 왔냐고 물으신다면... 가뭄에 단비... 모처럼 비님이 오신다고 요란을 떨었는데 15 미리 쯤 온 것 같다. 모내기 끝난 뒤에 매말라가던 논바닥이 화기애애해졌다.